박상병·신율·이종근·최병천 '온라인 대담'
한미일 관계 복원 등 외교 문제에 높은 점수
소통·협치 부정평가…"오만한 태도 바꿔야"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는 22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집권 중반기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총선 결과에 따라 안정적 국정 기반을 얻느냐 또는 레임덕의 늪에 빠지느냐가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하며 여야 미래 권력들의 운명도 걸렸다. 바야흐로 정치의 해다.
데일리안은 갑진년 새해를 맞아 대표적인 정치평론가 4인 박상병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 이종근 시사평론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가나다순)을 모시고 △윤석열 정부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과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리더십 △22대 총선 전망을 물어봤다. [편집자주]
정치평론가들은 대체로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한미일 관계 복원 등 외교·안보 문제에서 꼽았다. 반면 부족한 점으로 국민 여론 파악 미숙, 민생·협치 실종 등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최저 점수는 '40점', 최고 점수는 '80점'이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40%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것에 대해선 뚜렷한 국정 성과가 없다는 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한 여론 호응 부족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 신임을 얻어 남은 집권 기간 안정적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여론을 이끌기보다, 여론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윤 대통령이 오만한 듯 보이는 태도를 버리고, '레토릭 민생'이 아닌 민생 정책을 실제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다음은 정치평론가 4인과의 '윤석열 정부' 평가 관련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올해 5월이면 3년 차에 접어든다. 점수를 매긴다면.
▲박상병 = 중간 이하의 성적을 주고 싶다. 40점.
▲신율 = 50점.
▲이종근 = 80점. 집권 3년차 정부의 점수를 매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 경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와 코로나19 확산기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미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요인 불안, 그리고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등 여러 외적 환경으로 인한 경제난을 올 4분기부터 수출 회복, 경기 전망 청신호 등 반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감안된 결과다.
▲최병천 = 50점. 잘한 것을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점은 무엇이고, 반대로 부족하거나 실패한 것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신율 =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건 한미일 관계 복원 문제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숙함이 보이는 것,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한 여론 파악이 미흡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종근 = 가장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외교·안보 부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아무런 대응도 못한 채 김정은 정권에 퍼주기만 거듭했던 전임 정부 대북 정책의 후유증을 딛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핵확산 억제 시스템, NCG(핵 협의그룹) 같은 제도화된 한미안보조율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이 인지할 수 있는 북핵 대응을 체계적으로 만든 점을 높이 평가한다. 더불어 악순환을 거듭하던 한일관계가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것도 평가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안보동맹과 쿼드 진입, 진일보한 인도-태평양 등 지향해야할 목표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족한 것은 윤석열 정부만의 아젠다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표방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숙제라고 느껴질 뿐 윤석열 정부만의 차별화된 아젠다라고 할 수 없다. 이렇다 할 정책 브랜드가 없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과 내각이 관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나. 관료들은 정책의 언어만 말할 뿐 정치의 언어로 소통하지 않는다. 정권 초기 창업기를 거쳐 이제 집권 3년차의 성숙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시기인데 국민에게 브랜드 있는 '상품'을 이미 내놓았어야 했다.
▲최병천 = 한일관계 개선 자체는 부분적으로 평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국익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논란이 됐던 사안인 만큼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했지만 그런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고 싶어하는 국정과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을 주창했던 3대개혁 역시 실제로 입법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라 일'에는 무관심하고, 가족과 술 사랑, 해외여행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박상병 = 한미일 동맹관계를 더 굳건하게 다졌다는 점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부족한 점은 집권 3년차까지 무한 대결의 정치를 펼쳐 정치가 몰락했다는 것, 이에 민생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의 추이는 30~40%대에서 정체돼 있는 모습이다. 향후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는 어떻게 예상하나. 그리고 지지율 변동의 계기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이종근 =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까지 계속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보수-진보, 좌파-우파 양 진영이 똘똘 뭉쳐있다. 어지간한 이슈가 나와도 양쪽이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 지지율도, 또 야당인 민주당 지지율도 지지층이 최대 수치로 결집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변화는 총선의 결과로 시작될 것이다. 총선이 바로 양쪽 중 누가 잘못하고 있느냐의 선택 포인트다.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게 민주주의 선거가 존재하는 이유다. 현재 대통령 쪽도 할 말이 있다. 당선되고보니 168석의 거대 야당이 이미 국회에 또아리를 틀고 있어 그 어느 것도 정부 뜻대로 할 수 없었다고. 총선 이후에는 박스권에 갇혀있던 양 진영 지지율이 심하게 요동칠 것이다.
▲최병천 = 지지율 변화의 가장 중요한 계기는 4월 총선이다. 선거는 '전쟁'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선거에서 이기면 세력이 늘어나고, 선거에서 패배하면 세력이 줄어든다. 다시 말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보다 낮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자신이 속한 정당 지지율보다 낮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정무적 대응이 서투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4월 총선을 승리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박상병 =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있는 건 집권 3년차에도 뚜렷한 국정 성과가 없다는 것, 남 탓과 검찰 수사만 매일 반복된다는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윤 대통령의 능력에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 또는 선전했을 경우 지지율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율 = 윤 대통령이 일단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여론에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신년 기자회견이라도 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지율 상승 모멘텀은 자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인, 즉 외교 혹은 안보 관련 돌발 이슈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선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해야 할까.
▲최병천 =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지지 연합을 복원해야 한다. 지지율은 '유권자 연합'의 합계다.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유권자연합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중도 보수와 중도 성향이 떨어져 나갔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남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민생을 챙겨야 한다. 레토릭 말고 실제로 민생을 챙겨야 한다.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의 3대 개혁을 주장했는데, 실제로 진행하는 것은 거의 없다. '레토릭 민생'이 아닌 '민생 정책'을 실제로 챙기고, 추진해야 한다.
▲박상병 =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가 절실하다. 강성 지지층에만 화답하는 태도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민생과 직결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면 최단 시간에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또 편가르기, 남 탓, 전 정권 탓 모두 중단하고 내 탓임을 직시해야 한다. 야당과의 대화에도 나서야 한다.
▲신율 = 일단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가족 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에 대한 눈높이를 잘해야 한다. 즉 여론을 이끌려 하지 말고, 여론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근 = 아무리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만하게 비치거나 무능력하게 비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를테면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계속 방치하고 있다든지, 제2부속실이 없는 것에 대한 마땅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든지 전임 정부와 달리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며 정책실을 폐지해놓고 다시 부활시켰는데 여전히 비서실장은 경제관료 출신이라든지 하는 문제들은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
이태원 사고나 홍수 범람 등 재난에 대한 사전 예방 부문도 아직 국민에게 신뢰를 온전히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정부의 관료지상주의가 원인이다. 관료들은 예방적 국정 운영보다 자기 책임만 회피하려는 보신주의가 더 습성화돼 있다. 고위직이 책임지는 모습도 이 정부는 많이 부족하다. 사고가 나면 일선 책임자만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관료들의 보신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