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낮아
수수료 인하로 따이궁 줄고, 체험 위주 쇼핑 트렌드로 매출 부진
정부의 특허수수료 감면 기대…“뾰족한 대안 없어”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렸지만 면세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간 한국 면세업계의 큰 손으로 불렸던 중국 보따리상과 단체 여행객이 줄어든 데다 쇼핑에서 체험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면세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451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통계에서 12월 매출은 빠졌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던 2020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기간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80~90%를 차지했던 중국 보따리상 감소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국가 간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매출로 인해 매출 수준은 일정 부분 유지했었지만 작년 초부터 수익성 강화를 위해 송객수수료를 줄인 것이 원인이 됐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따이궁들에게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주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한 때 전체 매출의 40%대까지 오르면서 면세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작년에는 이 비율이 30%대까지 낮아지면서 흑자전환을 하는 등 수익성이 높아졌지만 매출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구매단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중국인은 9배나 늘었지만 구매액은 35% 이상 감소했다. 중국인 평균 객단가도 3월 83만원에서 11월 54만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
글로벌 여행 트렌드가 쇼핑에서 체험 위주로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규모가 단체보다는 소규모, 개인 단위가 늘어난 데다 MZ세대 등 여행자들의 연령대도 낮아지면서 맛집이나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쇼핑을 할 경우에도 면세점이나 백화점 보다는 시내에 위치한 올리브영, 다이소, 편의점 같은 상품이 다양하고 가성비가 좋은 매장으로 몰리는 추세다.
면세업계는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내국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내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 안팎으로 적은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매장도 상황이 크게 좋아지긴 어렵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에서는 올해 목표를 ‘생존’으로 잡을 정도다. 코로나19에 비해 매출은 더디지만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주로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부진을 만회할 뾰족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정부가 작년 특허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행 트렌드 변화에 따른 부진인 탓에 잠시 시간을 벌어주는 수준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3년간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줬다. 기업별로 많게는 연간 1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대 5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셈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황을 고려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감면해주길 기대한다”면서도 “팬데믹 당시에는 매장 근무 직원을 축소하고 무급휴가 등으로 인건비를 줄였지만 현재는 그럴 명분도 없어 실적 부진을 상쇄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작년 여름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고 온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국내 물가가 많이 올라 해외 여행객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졌다. 여행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등 한국 방문객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