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넷플릭스 천하'
지난해 넷플릭스 라인업의 화제성은 OTT플랫폼 중 단연 최고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스타감독을 전면에 배치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만듦새에서는 혹평을 받았다. 플릭스 패트롤 글로벌 TOP 1위를 한 작품은 ‘더 글로리’파트2, ‘사냥개들’ ‘경성 크리처’가 전부다. 화제성에 비해 초라한 결과물이다.
‘정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길복순’ ‘발레리나’ ‘너의 시간 속으로’ ‘퀸메이커’ ‘택배기사’ ‘독전2’ ‘스위트홈2’ 등 그야말로 흥행 실패, 혹은 화제성만으로 그쳐 반쪽짜리 성공이 대부분이었다. ‘사냥개들’과 ‘경성크리처’도 플릭스 패트롤 글로벌 TOP 1위를 했지만, 혹평을 피하진 못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성공 이후 K콘텐츠의 질적, 양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후 대규모 투자도 하고, 배우와 감독들의 넷플릭스행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비하면, 현재 신드롬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 없다. ‘흥행 작품 부재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다른 OTT들은 화제작을 내놓으며 시청자들을 잡았다. 디즈니플러스는 ‘무빙’ ‘최악의 악’ ‘비질란테’, 티빙 ‘운수 오진 날’이 주목을 받았고, 쿠팡플레이는 ‘소년시대’라는 시그니처 오리지널을 만들어냈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신선한 설정과 연출로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으며 괄목할 만한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다른 OTT 플랫폼의 선전이 넷플릭스 부진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다. 작품의 양적 결과물에 비해 질적 향상이 동반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히트 시리즈물의 속편이 개연성 없는 이야기로 속절없이 무너지며 ‘넷플릭스 천하’란 명성에 금이 갔다.
올해 역시 ‘경성 크리처’ 시즌1의 파트2 ‘선산’ ‘황야’를 쉴 새 없이 내놨으나, 확연히 갈리는 호불호로 국내 시청자들을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9일 공개된 ‘살인자 ㅇ난감’이 원작의 매력을 결을 유지 시키면서 수없이 봐온 살인자와 경찰의 구도를 이창희 감독의 과감하고 독창적인 연출로 변화시켜 넷플릭스를 ‘잠시’ 소생시켰다.
이 시점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올해 공개 예정인 작품들이 넷플릭스의 위상을 다시 올려놓을 수 있을까이다. 1년 정도 흥행작 부재로 넷플릭스가 흔들릴 리 없지만, 그 이상의 ‘흥행작 공백’은 수준 높아진 한국 관객을 놓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예능을 제외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오징어 게임’ 시즌 2부터 ‘더 에이트 쇼’ ‘닭강정’ ‘경성 크리처’ 시즌1의 파트2 ‘기생수 더 그레이’ ‘스위트홈3’ ‘대홍수’ ‘전,란’ ‘지옥’ 시즌2 ‘트렁크’ 등이 대기 중이다.
특히 전 세계 1억 명이 넘게 시청하고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안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최대 기대작이다. 시즌1의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가 돌아오고, 시즌2에는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양동근, 이다윗, 원지안 등이 합류한다.
물론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판결까지 난 최승현(빅뱅 탑)에 대한 여론은 아직도 변수다. 극 중 어떤 역할과 연기를 펼칠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최근 연예계의 연이은 마약 논란과 함께 대마를 흡연한 한서희가 다시 주목받는 부분이 최승현과 ‘오징어게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다.
‘지옥’도 시즌2로 시청자와 만난다. ‘송곳’의 최규석 작가와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의 만화 ‘지옥’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로 지옥행 고지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삶과 죽음, 죄와 벌, 자율과 강제 등 깊이 있는 질문으로 뜨겁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김현주가 새진리회와 정진수를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 화살촉에 맞서는 변호사 민혜진 역으로 돌아온다.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하차하면서 정진수 역은 김성철이 대체 투입됐다. 여기에 문근영이 화살촉 리더로 특별출연을 알렸다.
‘더 에이트 쇼’도 기대작이다.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한재림 감독의 첫 OTT 도전작이다.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문정희, 박해준, 배성우가 각각 8명의 참가자로 분한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쓰고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이 주연을 맡은 '전, 란'도 대기 중이다.
라인업이 화려한 만큼 부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부진을 만회해야 하기도 하지만,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속편이 그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할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형 만한 아우’를 만들지 못한 넷플릭스이기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그니처 작품들의 역할이 무거운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