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개인투자자 지지에 경영권 방어 성공
박철완 전 상무, 행동주의 펀드와 재도전 나서
주가 하락에 실적 부진…개인주주 동태 살펴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 ⓒ데일리안 DB
‘제궤의공’(隄潰蟻孔).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흔히 개인 주주들은 개미라고 부른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에 변동을 주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작아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개미들의 영향력이 무시무시해질 때가 있다. 바로 지배구조의 ‘둑’에 구멍이 생길 때다. 금호석유화학에는 둑에 작은 구멍을 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철완 전 상무다.
그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동시에 고(故) 박정구 금호석화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금호석유화학이라는 둑의 틈을 노리고 있다. 처음에는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삼촌 박찬구 회장과 공동보유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본격적인 분쟁을 벌였다.
박 전 상무의 두 차례 도전에도 금호석유화학은 튼튼한 둑처럼 압도적인 표 차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다른 일반 개미들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줘서다. 박 전 상무가 회사 측보다 훨씬 높은 배당액을 제안했지만, 개미들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연이은 고배에도 박 전 상무가 지지치 않고 돌아왔다. 이번엔 강력한 지원군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을 등에 업었다. 차파트너스는 단기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져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개미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박 전 상무로부터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에 대규모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을 제안할 예정이다.
과거 주주제안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있었을지언정 ‘경영권 확보’라는 본래의 목적을 숨기지 못했던 반면, 이번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좀 더 크게 부각시켰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10석 중 1석만을 주주제안 했기에 과거 경영권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바람은 박 전 상무에게 유리한 쪽으로 불고 있다. 주가는 지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도 악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70% 가까이 급감했다. 올해 전망도 석유화학 업황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가치 제고 강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도 박 전 상무의 힘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 전 상무의 기대대로 이제 차파트너스가 개미구멍에 설탕물을 잔뜩 묻혀 놨다. 목이 마른 개미들이 꼬이기 좋다. 벌써부터 경영권 분쟁 소식에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전혀 위협되지 않았던 구멍 크기는 드나드는 개미가 많아질수록 구멍은 점차 커지기 마련이다. 지금껏 개미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눈앞의 이득을 포기하고 회사 경영진 측에 섰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박 전 상무가 이미 경영권과 멀어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금호석유화학이 더욱 긴장하고 개미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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