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등록말소 합헌”…규제 ‘완화’ 기조에 찬물, 임대인들 ‘불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03.06 06:11  수정 2024.03.06 06:11

헌재, 임대사업자 폐지·임대차2법 모두 합법

현 정부 규제 완화 흐름과 대조적

“정부 정책에 대한 의구심만 더 키워”

헌법재판소가 문재인 정부의 등록임대사업자 임대의무기간 종료 시 자동으로 등록말소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대해 임대인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데일리안DB

헌법재판소가 문재인 정부의 등록임대사업자 임대의무기간 종료 시 자동으로 등록말소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대해 임대인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현 정부 들어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일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관련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재는 민간임대주택법 6조5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지난달 28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같은 날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역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2017년 말 문재인 정부에서 임대물량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적극 장려하던 제도다. 세입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집주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및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임대소득세 감면 등의 지원을 받는 대신 주택 유형별로 최장 10년간 임대의무기간을 유지해야 하고, 임대료 상한선도 5%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단 지적이 제기되면서 제도는 ‘와리가리’(왔다리갔다리) 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7·10대책에서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유형이 폐지됐고,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의무기간 종료 시 자동 말소되도록 했다. 단기임대의 장기임대 전환도 가로막혔다.


이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때 집주인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해 임대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전월세 상한선도 5% 이내로 제한하는 일명 ‘임대차2법’을 추진했다.


유명무실 등록임대주택 제도, 임대차2법 시장 혼란 가중
정부 정책 신뢰 ‘뚝’…민간 공급계획에 차질 우려


임대인들은 정부의 어설픈 제도 손질이 재산권 및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2020년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 3년여만에 이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헌재는 “임대의무기간이 종료한 날 등록이 말소되도록 할 뿐 임대사업자가 이미 받은 세제 혜택 등을 박탈하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임대사업자들의 신뢰이익에 대한 보호가치보다 주택시장 안정화 및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 보장 같은 공익이 더 크다”고 봤다.


또 임대차법과 관련해선 “임차인 주거 안정 보장이란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단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며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어 계약갱신요구 조항이 임대인의 사용·수익권을 전면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방향이 ‘규제’에서 ‘완화’로 달라진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정부는 앞서 전용 85㎡ 이하 아파트 장기임대(10년) 부활, 신규 아파트 매입임대 사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등을 제시했다. 이어 1·10대책에선 비아파트 단기임대(6년) 부활 등 임대사업자에 대한 추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임대인들은 “집값 상승기에 보증금도 올리지 않았는데 집값 폭등 주범으로 몰리고, 이제는 역전세에 이중고 삼중고도 모자라 전세사기꾼이란 소릴 듣는다”,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임대물량을 나서서 공급하려 하겠냐”, “집 한 채 더 가졌다는 이유로 임대인 입장은 전혀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게 씁쓸하다”는 볼멘소리를 냈다.


시장에선 이번 헌재의 판단으로 등록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의구심만 더 키우게 됐단 반응이 나온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이미 등록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런 말 한마디는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 등을 예고했지만 다주택자들은 팔짱만 끼고 의심부터 할 것”이라며 “민간에서 임대물량이 나올 가능성은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를 없애서 아파트값이 잡히지 않았고, 임대료는 폭등해 지금의 역전세 상황 속에서도 오르는 중이다. 당시 정부 정책이 국민 공익에 이바지하지 못했음이 지난 4년간 모두 밝혀졌음에도 헌재의 합법 결정은 심히 유감”이라며 “재입법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전·현직 국토부 장관도 임대사업자 관련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데 공감한 만큼 별개로 보고 제도 개선에 일관된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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