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오명 사외이사, 외형은 달라져도 속성은 그대로 [주총 2024-③]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4.03.08 08:00  수정 2024.03.08 08:00

사외이사-대표, 대학동문 회사별 평균 0.73명

행동주의 펀드, 잇달아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

전문가 “이사회, 주주이익 보호토록 제도 개선”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연초부터 화두로 대두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발표로 주주환원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올해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의 결집과 행동주의펀드들의 공세 강화로 뜨거운 열기를 예고한 상태다. 올해 주총에서 나타날 이슈들과 주목할 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기는커녕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올해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회사들이 규정에 따라 구색은 갖췄으나 본연의 목적인 독립성 확보는 좀처럼 제고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정기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사외이사 선임안 중 상당수가 사측에 우호적인 인물이 이름을 올려 소액주주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거수기 논란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본래 사외이사제도가 대주주와 관련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 경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목적임을 고려하며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크러스톤·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들은 올해 정기 주총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제시하거나 이사회 강화를 요구했다.


이는 일반주주의 권익을 대변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과 이사회의 주주가치 훼손 행위를 방지·견제하겠단 목적이다.


차파트너스의 경우 금호석유화학에 3%룰이 적용되는 분리선출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전체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선임을 문제 삼는 것은 주총을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경영권을 견제하기보다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며 주주들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봐서다. 일례로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은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만큼 사외이사 자격 요건은 까다롭다. 상법상 회사와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피용자도 불가능할 정도로 해당 회사와 관련성이 없어야 한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구성을 특정 성(性)으로 꾸리지 않아야 해 성비도 고려해야 한다.


코스피 대형사들에서 사외이사와 지배주주 또는 대표이사와 같은 대학 출신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이사회의 외적 구성 요건과 달리 회사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유대관계는 끈끈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ESG기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코스피100기업의 전체 사외이사 중 지배주주 또는 대표이사와 같은 대학 출신인 사외이사는 각 회사별 평균 0.73명으로 조사됐다.


기업 중 약 절반가량은 지배주주 또는 대표이사와 동문인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사내·사외이사들간의 학력이 중복되는 기업은 67사에 달했고 평균적으로 이사회 내 2인 이상인 학교 수가 최소 1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이사회 내부에서 사외이사로 동문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애초에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떨어져 독립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이 코스피200 기업의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재직하는 업종과 사외이사의 학력 및 경력을 대조해 산업 전문성을 따져본 결과 655명 중 72.4%(474명)가 산업 전문성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결여 문제는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지난 4일까지 제출된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는 전직 관료 출신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보고 상법 개정 등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사의 의무에 주주의 이익 보호가 포함되지 않아 이사가 주주 간 이해상충에 대해 충실의무를 다할 유인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사회의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 제고가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되고 있으나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과 반드시 상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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