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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개정 코앞”…쌀값 폭락하면 ‘공기밥’ 가격 떨어질까


입력 2024.05.09 07:09 수정 2024.05.09 07:09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앞둬

자영업자 “원재료·인건비 등 올라”

소비자 “공깃밥 2000원은 부담”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양곡관리법)과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 단독 처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쌀값 폭락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쌀값 폭락과 반대로 공기밥 가격이 올라가는 ‘이상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은 각각 쌀과 특정 농산물에 대해 과잉 생산된 물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18일 국회 본회의에 단독으로 직회부한 두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양곡법이 시행돼 쌀 생산이 더 늘어나면 매입·보관 비용이 현재보다 2배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 올해 쌀 보관비는 4061억원인데, 양곡법이 시행되면 1277억원이 추가된 5338억원에 이르러 매입비와 합한 비용은 3조226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쌀 소비는 줄고 생산은 계속 늘어 재고가 많은데, 양곡법으로 남아도는 쌀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9%에 이르는데, 직불금도 주고 남는 쌀도 다 사 준다고 하면 누가 안 짓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장관은 농안법에 대해서도 “‘가격안정법’이라고 하니 가격을 떨어지게 하는 법이라고 (소비자가) 오해한다”며 “특정 품목 가격은 더 높아지고 더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쌀 재배 농가를 제외한 농민들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 매수하는 데에만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면 과일·채소를 비롯한 다른 작물에 투입할 농업진흥 예산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이유가 배경이다.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즉석밥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즉석밥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현재 국내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에 불과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4년 130.1㎏ 이후 39년 연속 감소 추세다.


서구화한 식습관에 익숙해지고, 쌀보다는 밀가루와 고기를 선호하는 추세 탓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로 대용량 쌀 소비가 줄어든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저탄고지(탄수화물은 줄이고 지방은 높이는)’ 다이어트가 인기를 끈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내를 중심으로 공기밥 가격 인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2년간 식자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지난 수년간 1000원대에 묶여있던 공깃밥 가격을 2000원까지 올리는 식당이 늘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전반적인 식자재값 상승을 공깃밥 인상의 원인으로 꼽는다. 10년 전과 비교해 쌀값도 많이 올랐다. 정부가 쌀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볍씨를 수만 톤 수매해 물량을 풀지 않는 등 가격 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매년 쌀이 남아도는데, 공기밥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000원에 머물러있던 만큼 소비자 저항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번에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라 상승폭이 100%에 달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A(30대)씨는 “공깃밥을 주문하려다 가격을 보고 멈칫하게 된다”며 “쌀값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공깃밥 가격은 2배 이상 올라 놀랐다. 원가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건 자영업자들의 욕심으로 비춰진다”고 꼬집었다.


외식업계는 향후에도 공기밥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임대료, 인건비 상승 다른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 원가 상승을 충당해야 하는데 메인 메뉴 가격 조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B(40대)씨는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공깃밥은 계속 1000원을 유지해왔다”며 “배달의 경우 수수료를 빼면 마진 남기기도 어려워 부득이하게 배달용 공깃밥은 2000원으로 올렸다. 향후에도 공기밥 가격을 내리긴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본사 관계자도 “쌀값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으나, 외식업계 내 점주들은 실제 큰 체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쌀 소비가 줄었다는 얘기는 많으나, 실제 쌀 가격 하락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업계에서는 지난 몇 십년간 공기밥 가격이 1000원를 유지했던 것이 이례적이었다”며 “최소 1500-2000원을 받는 것이 전혀 문제 없다는 분위기가 다수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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