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신호탄에도 고심 깊어지는 상장사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5.30 07:00  수정 2024.05.30 07:00

KB 예고 이어 키움證 기업가치 제고 계획…디테일 부족 지적

당국은 ‘자율성’만 강조...“형식 없어 작성 어렵다” 부담 토로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 전경. ⓒ키움증권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KB금융과 키움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나섰지만 내용에 대해 지적이 나오면서 상장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발표된 공시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후 앞으로 공시를 발표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가운데 핵심 지표 제외 등 부족함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상장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정해진 공시 형식이 없는 가운데 키움증권이 자율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공시 작성에 대한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밸류업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공개한 뒤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첫날인 27일 KB금융이 4분기 중 발표 계획 안내(예고) 공시를 발표한데 이어 28일에는 키움증권이 상장사 최초로 본격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밸류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키움증권은 해당 공시를 통해 3년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 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달성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지난 3월 키움증권이 이미 공정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전날인 29일 키움증권의 공시에 대해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며 ‘C학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어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이 빠진 것은 유감”이라며 “다른 회사들은 먼저 공시하겠다고 순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충실한 제고 계획을 공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삼성증권도 전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공시는 지난 공정공시의 구체화란 점에서 실질적인 주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증권업 고유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은 물론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이벤트 내 의의를 갖는 사례”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는 저희가 오랫동안 준비를 계속 해온 것이고 여기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도 첨부돼 있는데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면서 추가한 것들”이라며 “기존에 발표했던 주주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더해 구체적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이란 주제로 밸류업 공시의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한국거래소

그간 업계에선 당국이 세제 지원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혜택 없이 자율 공시를 강조한 만큼 기업 참여도가 낮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금융사들과 대기업 위주의 동참이 예상되긴 했으나 시행 초기부터 나서는 것에 대해선 망설이는 분위기가 강했던 탓이다.


이에 공시가 제출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업계 전망이 많았지만 KB금융이 예고 공시를 한 데 이어 키움증권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체 상장사 ‘1호’ 타이틀을 따냈다.


다만 선제적 공시로 후발주자들의 참여를 이끌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와 공시 내용을 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장사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공시 여부와 내용, 형식을 모두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맡기면서 주주 및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해진 형식이 없어서 발표 내용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공시의 정확한 형식이 없는 데다 첫 자율 공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업권이나 대기업에서 공시를 먼저 내면 이를 참고하려는 기업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공시 작성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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