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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차원 치수대책, 이젠 달라져야 한다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4.07.15 07:27 수정 2024.07.15 07:27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 잦아진 상황…치수대책 전환 필요

큰 강줄기 뿐만 아니라 지역 하천 정비에도 관심 가지고 준비해야

10일 새벽 내린 폭우로 충남 논산시 강경읍 강경중학교 인근 배수펌프가 고장이 나면서 주변 주택가가 침수됐다.ⓒ연합뉴스

이달 충청·호남·경북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부터 시작된 비로 인해 5일간 7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농경지·가옥 침수 등 재산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수백명의 이재민이 집을 잃고 임시 숙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이런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름에 비가 집중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는 학습효과의 문제는 아니다. 사고 예방과 치수대책에 대한 기본 개념이 지금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나 기후변화로 인해 시간당 수십㎜의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과감하게 치수대책의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치수대책의 기본은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방류하고, 물이 부족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요소는 바로 '안전한 저장'이다.


최근 몇 년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작은 하천이 지나는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지역하천의 준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물 수용량이 부족하다보니 집중호우시 범람을 막을 수 없고 인근지역 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차원의 치수대책이 큰 강줄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급격한 기후변화 상황에 대비해 지역하천에도 치수대책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물론 지역하천의 치수대책이 미비한 것은 관개시설의 발달로 인해 농촌에서도 상수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함에 따라 지역하천이 용수 공급원으로서의 중요도가 낮아진 탓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제는 개념을 바꿔 지역하천을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물 저장공간으로서 더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하천 주변에는 고령의 농민들이 다수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올해 정부 예산에는 국가하천 정비예산으로 6627억원, 유지·보수예산으로 2614억원이 편성됐다. 2022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을 감안한 것이다. 이 예산으로 국가하천 19곳을 준설해 192만2000톤의 물 저장 용량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자체가 관리를 맡고 있는 소규모 지역하천은 여러 문제로 인해 몇 년째 준설이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예산부족이 겹쳐 인근 미호강을 6년동안 준설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런 제2, 제3의 미호강은 전국에 수십곳이 넘는다.


지자체가 예산 등 여러 문제로 지역하천에 대한 치수대책을 시행할 수 없다면 중앙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산이 넉넉한 지역은 수해로부터 안전하고, 예산이 부족한 지역은 수해에 노출된다면 이는 또다른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이유로 하천정비를 반대하는 환경단체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환경보전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뛰어넘는 가치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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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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