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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소비자 피해 커지는데…금융당국은 아직 '뒷짐'


입력 2024.07.25 13:24 수정 2024.07.25 14:14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오래전부터 유동성위기 제기

주총 미개최…감사 의무 피해

현행법상 감독·제재 수단 없어

전금법 개정안, 9월 시행 '애석'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대금 정산 지연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인기척을 확인하며 서성이고 있다. ⓒ뉴시스

이커머스 업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대금 정산 연기 사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전에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사실상 뒷짐만 지면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대금 규모는 수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소비자들은 환불조차도 진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아울러 신용카드 결제는 막혔으며, 은행의 선정산대출 취급도 중단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에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보다 피해 규모가 막심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오래전부터 이어진 티몬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비롯됐단 주장이 제기됐다.


티몬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동부채는 7193억원, 자본총계 6386억원 적자, 유동비율은 18.2%로 나타났다. 티몬은 창립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으며, 지난해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티몬의 주주총회 회피 의심의 눈초리도 제기됐다. 통상 티몬은 매년 3~4월에 주총을 열었는데 올해는 이날까지도 개최하지 않았다. 주총을 개최하지 않으면서 2023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기한도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티몬은 지난 2011년부터 매해 외부감사를 받은 뒤 감사보고서를 공시해 온 바 있다. 감사보고서의 경우 정기 주주총회 개최 후 2주 이내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주주총회를 열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해 3월~4월에 주총을 열던 회사가 올해 들어 이달까지도 안 열었다면, 의도적으로 주총을 피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며 "과거부터 유동성 위기 문제가 거론됐었다면, 당국에서 관리를 선제적으로 했었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현행법상 금융당국은 티몬, 위메프와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를 감독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상거래업체이자 PG업체이다. PG업은 소비자에게 물품·서비스 판매 대금을 받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사업으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 따른 형식적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된다. 인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인 것이다.


또한 이들 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이 갖고 있는 감독권은 해킹 방지나 소비자 정보 보호와 같은 기술적 측면만 가능해 현행법으론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나설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정부는 지난 2021년 머니포인트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를 하고자 전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전금법 개정안은 오는 9월 15일 시행 예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가능 가맹점 수 2개 이상시 등록 ▲선불충전금 100% 별도관리 의무화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용자의 우선 변제권 명시 ▲선불업 등록 면제 대상(발행잔액 30억원 미만 및 연간 총 발행액 500억원 미만)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금법 개정안이 보다 일찍 도입됐다면 이번 사태가 덜 심각해졌을 것이란 아쉬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도 "현행 전금법상 티몬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단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티몬 사태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토스페이먼츠, NHN KCP, KG이니시스 등 PG사는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기존 결제 건 취소와 신규 결제를 모두 중단했다.


통상 소비자가 카드사를 통해 결제하면 PG사에 결제액이 지급된다. 이후 PG사는 소비자가 주문한 물품을 제대로 지급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수수료 등을 차감 후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한다. 이번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일부 PG사는 이미 결제된 대금의 정산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카드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카드사로선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 전체적으로 3만건의 민원제기가 된 상황"이라며 "PG사가 결제, 환불을 막아놓은 상태라 카드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은행권에서도 선정산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선정산대출은 티몬, 위메프 셀러 대상 대금을 선 지급하고, 정산일에 위메프, 티몬이 정산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운영자금대출 상품이다.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으며, SC제일은행도 티몬·티몬월드·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금감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당국은 24일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 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판매자 및 소비자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들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기회로 제2의 티몬사태가 나지 않도록 법을 보완하거나 시행령을 시행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로 전금법 개정안을 당국에서 다시 한번 살펴보고, 보완할 부분을 시행령을 통해 하루빨리 예방해야 된다"라며 "PG사는 현재 등록제로 운영 중인데 인가제로 바꾸고, 진입 장벽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돈과 관련된 업종인만큼, 금융당국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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