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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받은 싼타페는 왜 잘 팔릴까?"… 이상엽 현대차 부사장의 실토


입력 2024.10.23 16:00 수정 2024.10.23 16:56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23일 대구 모빌리티 엑스포 개막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부사장 기조강연

아름다움 넘어선 '맞춤형 디자인' 강조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이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현대차의 라인업 전략은 '현대 룩'입니다. 체스를 생각해보면 다양한 말들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다릅니다. 하지만 말들이 모였을 때 하나의 팀이 되는, 그런 전략입니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이 23일 대구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열린 기조강연에서 한 말이다. 이 부사장은 GM, 폭스바겐, 벤틀리를 거쳐 2016년 현대차에 합류해 수많은 현대차 모델들을 디자인하고,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이날 이 부사장은 현대차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을 '고객 중심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완성차 브랜드가 '고객 중심'을 외치는 가운데, 현대차의 고객 중심으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 ▲현장의 목소리 ▲헤리티지 등 3가지를 꼽았다.


차량 디자인의 변화가 단순히 미학적으로 보기 좋은 얼굴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바뀐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고,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을 수용하고, 과거 디자인을 계승하는 과정이 포함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에게는 차량의 첫 인상이 디자인인 만큼 단 시간 안에 호평 또는 혹평이 나오지만, 생긴 것 만으로 혹평을 받은 차들도 판매량이 높아지는 이유에는 이같은 '과정'이 숨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에서 호감이 낮아졌더라도, 실용성이나 편안함 측면에서 충분히 첫 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싼타페. ⓒ현대자동차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7월 풀체인지(완전 변경)를 거친 싼타페다. 싼타페는 풀체인지 이후 전작 대비 차량 크기가 커지고, 기존 고집했던 SUV 디자인이 아니라 박스카 형태의 후면 디자인을 선보였다. 통상적인 SUV의 형태가 아닌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선 공개 직후 후면 디자인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풀체인지 이후 싼타페의 판매량은 월 평균 판매량 5000대를 우습게 넘기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퉁퉁한 박스형 뒷태가 널찍한 트렁크 공간을 만들어냈고, 트렁크를 덮은 긴 테일게이트는 차박시 유용한 지붕이 돼줬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빅데이터에서 하나의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박이라는 단어였다. 차를 통해 캠핑을 하고, 파티도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하나의 메인 라이프 스타일로 진화했다"며 "싼타페는 그런 전략을 갖고 SUV 안에서 아웃도어에서 차박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고민하고, 양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구매 고객들의 불만과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 완성도가 아니라 '실용성'이 주를 이루는 1톤 트럭 '포터'가 대표적이다.


포터는 소상공인들의 구매가 많고,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택배 차량으로 쓰일 경우 하루에도 수십번 운전석 문을 열고 닫아야하고, 물품을 싣고 매일 장거리 운행을 하기도 하고, 이 때문에 차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이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차량들과 달리 또 하나의 '생활 공간'인 셈이다.


이 부사장이 이끄는 디자인 센터 직원들은 1톤 트럭 '포터'를 구매한 소비자들을 찾아가 물어봤고, 이를 수용해 포터 신형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문을 열고 닫는 횟수가 많은 만큼 도어의 강성을 높이고, 운전석 시트가 금방 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시트를 견고하게 수정한다. 또 운전석에서 길게는 하루 18시간을 보내는 등 '생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체공학적인 기술을 가미해 편안함을 극대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사용자분들에게 직접 무엇이 필요하냐고 여쭤봤더니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알게 됐다.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해드릴까에 대한 그런 고민들을 했었고, 모빌리티를 통해 도와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고객중심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첫 양산차량 '포니', 포니와 함께 개발됐지만 양산되지 못했던 '포니 쿠페' 등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것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봤다. 포니 디자인을 계승해 '아이오닉5'를 만들고, 포니 쿠페를 계승해 'N 비전 74'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부사장은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이 지금으로 이어지고, 또 지금 하는 일련의 모든 행동들이 우리 미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며 "흑백TV를 겨우 사던 때 스포츠카를 기획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도전이었다. 과거 선배들의 노력을 후배들이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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