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방 빼는 K-철강…‘인도 드림’ 결실 맺을까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11.19 14:36  수정 2024.11.19 16:06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왼쪽)과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각 사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현지 법인을 차례로 정리하면서 신규 거점 준비에 한창이다. 중국에서 더는 수요를 흡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을 레드오션으로 판단, 향후 경제 성장에 따라 철강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수요 부진과 실적 악화 여파로 지난해 매물로 내놨던 중국 베이징 법인 매각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점유율 하락과 중국 철강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적자가 오래 지속돼 중국 법인 매각을 추진해 왔었다. 현대제철은 충칭법인 역시 올해 상반기 정리를 끝냈다.


현대제철이 매각한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은 지난 2002년, 2015년 각각 설립됐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에 가공한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이 후퇴하며 현대제철의 중국 법인 역시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중국 법인 정리에 나서자 현대제철도 현지 법인 매각에 나선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 역시 중국 법인 매각에 나서며 해외 거점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중국 합작법인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자문사 선정에 돌입했다.


PZSS는 포스코가 약 1조원을 들여 구축한 생산 거점으로, 연간 스테인리스강 11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다. 부가가치가 높았던 스테인리스강을 중국 현지에서 제선과 제강·압연까지 전 공정에 걸쳐 생산하면서 큰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철강 자립화를 추진하면서 촉발된 공급 과잉으로 적자가 이어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포스코그룹이 적자 사업 재편에 나선만큼 PZSS 매각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중요 생산 거점인 중국 법인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시장은 인도다.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손잡고 인도 오디샤에 연 5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관제철소란 고로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선, 제강, 압연 공정을 할 수 있는 종합제철소를 말한다.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상당한 수요를 전망하면서 중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제철 역시 인도 진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자동차 강대국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향 물량을 소화하며 수익 창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간 23만t의 생산이 가능한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철강은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로부터 인수한 푸네 완성차 공장에 납품된다. 다음 해 2분기 시험 생산에 돌입한 후 3분기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인도 진출에 집중하는 것은 제2의 중국으로 평가될 만큼 미래 수요가 탄탄해서다. 인도는 이미 철강 시장의 성장성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 증가해 2030년에는 1억9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철강 수요가 연평균 5000만t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에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인도의 철강수요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건설 등 인프라 투자와 자동차 생산 증대에 힘입어 올해도 8%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가 저가 중국 제품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관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인도 시장 진출의 이유로 꼽힌다. 인도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7.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15%까지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인도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만큼 강한 나라여서 수입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이 상당하다"면서 "인도에서 나오는 수요를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차지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인도 시장은 철강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모여드는 신규 시장"이라면서 "중국에서 부진이 길어지는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인도는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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