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시대 은퇴 후 20년 일해
은퇴하면 30년 ‘노하우’도 쓸모 없어져
경력 버리고 만만한 게 ‘치킨집·커피숍’
재취업 교육 다양성·실효성 키워야
“저라고 뭐 알고 시작했겠습니까? 평생 영업만 하다 퇴직했는데 특별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지가 없었어요. 택배냐 장사냐를 두고 고민하다가 선택한 게 치킨집입니다. 프랜차이즈니까 사업 초기에 이것저것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제 1년 좀 넘었는데 아직은 잘한 선택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 중인 강 아무개 씨
한국은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다. ‘자영업 공화국’이란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다.
통계청이 올해 1~8월 월평균 자영업자 수를 조사한 결과 563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취업자 수 2854만4000명과 비교하면 19.7%다. 1963년 37.2%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임금 근로자’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23.2%가 된다.
OECD 30개 국가 가운데 콜롬비아(46.6%), 멕시코(31.4%), 칠레(24.5%), 코스타리카(24.4%)에 이어 5위다. 미국(6.6%)과 일본(9.6%), 캐나다(7.2%), 독일(8.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노동시장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창업자가 계속 늘어난 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를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7만4000명이 늘어난 20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고령층 자영업자 숫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초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해도 29.2%나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율은 36.4%에 달한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이다.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만 살펴보면 5명 중 2명(41.2%)이 60세 이상이다.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22.2%를 기록했다.
급변하는 사회, 준비 없는 은퇴는 ‘낙오’
한국 경제에 자영업자, 특히 ‘노인 사장님’이 많은 이유는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탓이다. 여기에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 없이 여생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60세에 직장에서 떠밀려 나왔지만, 일은 계속해야 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분석한 ‘중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은퇴 후 경제활동 변화와 특성’에 따르면 국내 55~64세 중고령자 인구 가운데 자신의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현재 미취업 상태’인 비율은 2014년 27.9%에서 2022년 38.8%로 약 11%p 늘었다.
반면 ‘생애 주된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34.6%에서 29.2%로 5.4%p 줄었다. 이직해서 현재 재취업 상태인 비율도 29.8%에서 29.3%로 감소했다. 재취업 일자리 중 단순노무직인 경우가 33.1%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아직은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이 필요한 55∼64세의 시기에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고령자의 비중이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준비 안 된 퇴직자는 계속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단순노무직 또는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는 경우 재취업이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자격이나 기술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 등 요식업으로 뛰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은퇴자 재취업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교육과 직업 전환 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고령 근로자에 대한 연령 차별 해소 분위기를 만들고 나이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적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고령 근로자가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탄력적인 고용 모델 도입도 뒤따라야 한다.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정부 은퇴자 지원 대책은 연령 제한이나 기타 다양한 조건이 붙어 있어서 고령층 또는 그 이전에 은퇴를 준비하는 경우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문제나 교육 후 취업으로 연계되는 데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도 중요하다”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사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실효성 높은 은퇴 교육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70세 일본, 정년 없는 美·英…같은 고민 다른 선택 [정년 연장⑧]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