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美 거래대금·보관금액 급증
국내에선 개인 순매도 속 주변 자금도 감소세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열기 더 식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상계엄 선포 사태 후폭풍으로 탄핵 정국이 조성된 가운데 국내 증시 투자금이 미국 증시로 떠나는 흐름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경기 호조로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직후 4거래일(지난 4~9일) 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거래한 대금은 총 103억3310만 달러(약 14조7442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동일기간(11월28일~12월3일)의 72억5284만 달러(약 10조3527억원) 대비 42.4%(30억8026만 달러·약 4조3915억원)나 급증한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 돌입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버텨왔던 개인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미국 증시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미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가세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거래금액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서학개미들의 거래 규모는 총 634억9526만달러(약 88조6647억원)로 세이브로에서 해당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보관 금액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6일 기준 1121억1403만 달러(약 160조876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올해 초 대비 66.4%(447억5107만 달러)나 급증한 것으로 특히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일부터 3거래일 만에 29억6813만 달러나 늘어났다.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증시 대기성 자금까지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거래융자 등을 증시 주변 자금으로 칭하는데 이는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잠시 넣어둔 돈으로 증시 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거래융자를 합한 증시 주변 자금은 지난 6일 기준 총 152조4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155조2799억원)보다 2조7935억원이 줄어든 수준이다.
보통의 경우, 해당 자금이 감소하면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주식 투자 열기가 뜨겁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연일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예 국내 주식 투자 수요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합리적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2조3010억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보통 연말 증시를 이끌던 ‘크리스마스 랠리’가 올해는 실종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인한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차갑게 식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웅찬 iM 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안 부결을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치적 혼란 지속에 따른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도 나타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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