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후 환율 주간 거래 첫 하락…시장 불안 여전(종합)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12.10 16:32  수정 2024.12.10 17:15

전날 2년여 만에 장중 최고점

당국 구두개입에 1420원대로

“정치 불확실성…상단 열어야"

미국 달러화 이미지.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주간 거래 기준 처음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1400원대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주간 거래 기준으로 하락 마감한 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6.1원 내린 1430.9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1432.2원까지 고점을 높이다 하락폭을 축소하며 1420원선 중반에서 등락했다.


이번 환율 하락은 외환 당국이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아침 외환 시장 개장에 앞서 진행된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는 시장심리 반전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40원 이상 급등하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본격화된 원·달러 환율 폭등은 이후 야당 주도의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불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더욱 부각됐다.


환율은 지난 3일 1402.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한 후 오후 10시 30분경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부터 빠르게 상승했다. 오후 10시 53분에는 전날보다 28.7원이나 뛴 1430.0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나타낸 건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10월 26일에 장중 고가 1432.4원을 찍은 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환율은 이후에도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전날 오전 11시 13분 기준 장중 1435.5을 터치한 후 1436원까지 치솟은 것.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26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1월 4일 1426.0원(개장 기준)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이 부결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충격파가 그대로 시장에 흡수된 것이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 시사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에 자리를 잡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정치적 불안감이 계속된다면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국내를 포함해 여러 정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이어진다면 1440~1450원까지 열어 놔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계엄선포 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2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들 보고서의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50~1500원선이다.


이런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환율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1명은 이날 오전 한은을 방문해 이 총재와 주요 간부들을 만나 외환·금융시장과 실물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의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경제 정책과 시스템이 온전하게 작동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치 상황과 별개로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경제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당분간 (내란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지금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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