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물류비 및 패널가 상승 등으로 4Q 자체 사업 부진
LG이노텍, 애플향 공급 영향 속 2000억원대 영업익 전망
1년 만 흑자전환 예상 LGD, LG전자 지분법 이익 영향
형이 울상을 지을 때 아우는 가까스로 웃었다. LG 전자 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나란히 작년 4분기 영업흑자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마케팅 비용 및 운임비 증가로 자체 사업에서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전망과 대조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발표한 LG전자의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461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견줘 53.3% 감소했다.
통상 '상고하저' 흐름의 보여온 LG전자는 4분기 가장 낮은 액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럼에도 뚜껑을 열어보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397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계열사 LG이노텍의 흑자에도H&A(가전) 및 HE(TV)사업본부 등 자체 사업이 크게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LG이노텍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016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1555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LG전자의 영업손실(별도) 규모를 1000~12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2023년 4분기(별도)에도 각각 1042억원, 174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해 4분기마다 LG전자 실적이 고꾸라지는 것은 IT 수요 부진, 연말 물류비 상승, 패널가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말 재고를 밀어내기 위한 경쟁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상 운임까지 늘어나니 이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전자도 “지난해 하반기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 운임 급등이나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재고 건전화 차원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다소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부는 물류비 증가와 재고 건전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를, TV를 담당하는 HE사업부는 판매 부진, 패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들었다.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부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과 운용 효율화 및 R&D(연구개발) 비용 집행으로 낮은 수익성을 기록했으며 BS사업부도 패널가 상승과 전기차 충전기, 로봇 등 신사업 비용이 늘었다고 미래에셋증권은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적자에 포커싱을 두기 보다는 LG전자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유통 재고를 덜어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삼성증권은 "회사는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매출 감소를 감당한 것이 아니라 기대 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써서 유통 재고를 소진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매 4분기 적자에도 LG전자가 연결 기준으로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 LG이노텍이 상대적으로 선방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LG이노텍의 손익계산서 등을 합산해 실적을 발표한다.
LG이노텍에 대한 LG전자의 지분율은 40.8%이지만 이 회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LG전자는 연결재무제표에 LG이노텍 실적을 반영해오고 있다.
오는 22일 실적을 발표하는 LG이노텍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016억원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이 수치를 하회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카메라 모듈 공습으로 이익 개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4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7690만대로 전분기(8020만대) 대비 4.1% 감소했다. 이 기간 시장점유율 역시 1.5%p 내린 23.2%에 그쳤다. IDC는 "애플과 삼성은 4분기 1, 2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성장으로 점유율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애플 아이폰16 시리즈 카메라모듈 공급망에 속속 진입하면서 LG이노텍에 불똥이 튀었다. 아이폰 시리즈에는 중국 코웰전자도 카메라모듈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이노텍으로서는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이노텍의 매출 비중은 광학솔루션 82.6%, 기판소재 7.4%, 전장부품 10.0%로 광학솔루션 사업에 따라 전체 실적이 달라지는 구조다. 카메라모듈을 맡고 있는 광학솔루션 부진은 곧 실적 악화를 의미한다.
미래에셋증권은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격 상승과 제한된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인한 타 부품 가격 인하 압박과 중국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심화된 카메라 모듈 가격 경쟁이 LG이노텍의 마진 하락 요인"이라며 "LG이노텍은 원가 절감과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전략적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LG이노텍의 이익 덕택에 LG전자는 연결 기준 1400억원대의 흑자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LG이노텍은 70%를 넘어서는 애플향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AI 적용 확대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개선 및 수량 증가, 전장 및 기판 등 고부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는 기대되는 2가지 포인트"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4분기 흑자가 유력하다.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55억원으로 2023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모바일 계절성 영향으로 패널 출하량 증가 및 달러 강세 등이 주 요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IT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수요 하락 및 인력효율화 비용 등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키움증권은 "4분기 국내 태블릿 및 노트북 OLED 수출액은 전분기 대비 37% 하락했으며 IT용 패널 출하 역시 부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생산직(3분기), 사무직(4분기) 희망퇴직 영향으로 이 비용 역시 반영돼 4분기 영업이익이 178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 지분 37.9%을 들고 있는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당기순이익에서 지분율만큼을 손익에 반영한다. 지분법 이익 증가로 4분기 LG전자의 연결 순이익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 전자 계열사 덕택에 4분기 LG전자가 체면치레를 했지만 올 상반기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 기간 LG전자는 생활가전·TV 등 본업이 두각을 보이나, 디스플레이와 전장부품은 모두 비수기 영향으로 저조한 실적이 예상되서다.
증권가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LG이노텍 1220억원 흑자, LG디스플레이 2024억원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