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 도미노 인상…정부 주도 ‘브레이크’ 효과 있을까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2.11 06:22  수정 2025.02.11 06:22

1월 외식 물가지수 2.9% 올라

고물가 속 먹거리 고공행진 중

11일 정부 주도 간담회 개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해 물가동향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뉴시스

연초부터 식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먹거리 전반으로 인상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일부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수입 단가도 높아져 식품·외식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서는 당분간 소비자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식품업계를 압박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가격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올리지 못 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눈치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분석돼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을 상회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하반기 모두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다시 상승폭이 확대됐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먹거리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동아오츠카는 지난달 1일부터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대상은 지난달 16일 마요네즈, 후추, 드레싱 등 소스류 제품의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다.


패스트푸드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버거킹은 설 연휴(1월25일∼30일)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대표 메뉴인 와퍼를 비롯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커피 전문점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같은 날 할리스도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폴 바셋은 지난달 23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상향 조정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컴포즈커피는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각 300원씩 올려 1800원과 2800원에 판매한다.


이달에도 가격 인상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지난 3일 샐러드바 성인 이용료를 1800원 인상했다. SPC 파리바게뜨는 10일부터 빵 96종과 케이크 25종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빙과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코 빼빼로를 포함한 26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올린다. 경쟁사 빙그레도 다음 달부터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각종 비용 인상 압박이 꼽힌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원가 부담 적체를 호소해 왔다.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요청과 국민들의 고물가 부담을 고려해 원가 상승분을 감내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가격 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변동과 미중 무역 갈등이 신선식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국내 시장의 물가 상승 압력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수입품목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갈 전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종 신선식품의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A 대형마트는 지난달 계약한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의 단가가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신규 계약한 물량은 오는 5∼6월부터 매대에 나와 내년 초중반까지 판매될 전망이다.


활랍스터 수입 가격 역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B 대형마트는 캐나다산 활랍스터의 수입 단가가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중 간의 관세 갈등의 여파로 캐나다산 활랍스터 가격도 언제든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과 호주로부터 수입되는 소고기 가격도 환율과 공급 감소로 인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 단가는 전년 대비 15% 이상 상승했으며 판매 가격도 10% 이상 증가했다.


대형마트들은 이러한 외부 변수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환율과 무역 갈등으로 인한 영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들은 다양한 품목에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국 혼란 속 물가 안정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 식품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 농축수산물 비축·방출 등 먹거리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주요 품목별 물가 동향을 지속 점검하고 가격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대응 방안을 신속히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의 식품 업체가 경기 불황 장기화, 원재료 가격 인상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인상분을 감내해왔던 만큼 가격 인상에 나서는 곳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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