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없이 한 번에 찍는 촬영 기법을 뜻하는 ‘원 테이크’로 매회 소년의 심리를 쫓은 ‘소년의 시간’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친구를 살해한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파고들며 만연한 ‘여성 혐오’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것.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 콘텐츠들도 치열하게 해당 문제를 반영하고, 또 고민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의 시간’은 같은 반 친구의 살해 용의자가 된 13세 소년, 그리고 그의 가족과 심리 상담사, 형사는 모두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4부작의 영국 드라마인 ‘소년의 시간’은 그 답을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회당 1시간 내외의 분량을 편집 없이 원 테이크로 담아낸 ‘소년의 시간’은, 한 소년의 시간을 그만큼 깊이 있게 파헤치며 그 해답을 찾는다. ‘범인이 누구일까’를 쫓아가는 스릴러가 아닌, 친구를 살해한 제이미는 ‘왜 그랬을까’를 파헤치기 위해 그의 집, 그리고 학교까지도 그 분석의 대상이 된다.
제작자 겸 각본가인 잭 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1화 안에 범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다루는 이야기다. 그게 관객에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소년의 시간’은 이 과정에서 10대들의 SNS 문화,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되는 ‘혐오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느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메시지를 도출해 낸다.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를 뜻하는 ‘인셀’이라는 단어까지 등장, 극단적 여성혐오가 왜 생겨나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원 테이크’와 ‘소년의 시간’만의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공개 후 10일 넘게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1위를 차지하며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종영한 채널A ‘마녀’가 혐오 시대, 그 안에서도 싹트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반영한 바 있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다치거나 죽게 되면서 마녀라 불리며 마을에서 쫓겨난 미정(노정의 분)과 그런 그를 죽음의 법칙으로부터 구해주려는 동진(박진영 분)의 목숨을 건 미스터리 로맨스.‘마녀’라는 오명을 쓴 미정이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과정과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진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편견,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야기하는 ‘마녀사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소년의 시간’은 한층 더 현실적으로 10대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면 ‘마녀’는 배척과 혐오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포착, 그 안에서도 싹트는 희망을 포착해 내며 긍정적으로 앞날을 전망한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혐오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개봉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게이, 또는 여성 등 약자들을 향한 혐오의 시선을 짚어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산 바 있다. 이 영화처럼 우리 사회의 편견, 또는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품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작품에서는 그 배경을 쫓아가며 깊이 있는 고민을 유도 중인 것. 사회의 한 단면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또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콘텐츠들의 치열한 전개가 보는 이들에게도 적극적인 고민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