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국가안보 차원에서 조선업 재건과 중국 해양 패권 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향후 양국 간 산업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조선업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하루에 한 척씩 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조선 역량을 다시 끌어올리고 미 해군의 군사활동을 지원할 상선(Merchant Marine)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명령은 하원의원 시절 초당적인 협의를 통해 ‘조선 및 항만 인프라 법’을 발의하는 등 미국의 조선업 부활에 관심이 많았던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선박 건조와 해상수송 역량 강화는 해양 패권 회복을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조선·해운·물류 산업에 대한 불공정 무역 조사 착수 지시도 포함됐다. USTR은 최근 중국 선사 및 선박에 국제 운송 수수료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조치를 통해 대중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에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의 선박 조달 과정을 전면 점검하고 효율성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조선업 전반의 구조 개선을 통해 국방 물류의 자립도 향상과 비용 절감을 노린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조선업 재건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지난 3월4일 연방의회 합동 연설에서는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며 백악관 산하 조선 사무국 설치 및 특별 세제혜택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조선업 강국인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한·미 조선분야 협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재건을 강조해온 가운데 현재 이 분야에서 파트너가 될 만한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한국은 세계 1위 수준의 조선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내 조선업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