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에 세계 최대 三峽댐보다 3.5배나 큰 댐건설 착공
전기차 및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급증 대비하기 위한 포석
물부족 사태·환경문제·생태계 교란 우려 인도, 중국에 항의
中 “수력발전댐 건설은 중국 주권 범위 안의 일”…공사 강행
중국과 인도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이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고원지대에 후베이(湖北)성 싼샤(三峽)댐보다 무려 3.5배 가까이 큰 ‘메가급’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하는 공사에 착수하면서 ‘물부족 사태’에 노출된 하류 지역의 인도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영토분쟁을 벌여온 ‘앙숙’ 중국과 인도 간의 갈등은 이젠 ‘물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국은 시짱자치구에서 가장 긴 강인 야루짱부(雅鲁藏布·티베트명 얄룽창포)강 하류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 공사를 시작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신화에 따르면 19일 시짱자치구 린즈(林芝)시 미린(米林)댐 건설부지에서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야루짱부강 수력발전소 착공식이 열렸고, 착공식에는 중국 거시경제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프로젝트 발주처인 야장(雅藏)그룹, 시짱자치구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수력발전소 5기를 계단식으로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연간 발전량은 3000억㎾h에 이를 전망이다. 기존 세계 최대 규모인 창장(長江·일명 揚子江) 상류의 싼샤댐 발전량(연간 882억㎾h)의 3.5배에 가깝다. 총사업비만 1조 2000억 위안(약 23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뎬젠(中國電建)그룹이 프로젝트를 맡아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루짱부강은 티베트 고원 히말라야산맥 기슭이 발원지로 티베트인들에게 ‘요람’ 또는 ‘어머니 강’으로 불린다. 빙하와 눈 녹은 물이 수원(水源)이다. 동쪽으로 흘러 중국 방향으로 쑥 들어온 인도 아삼지역에서 브라마푸트라강으로 합류한다. 그러다가 남쪽 방글라데시에서 메그나강과 만나 벵골만으로 빠져나간다. 이런 까닭에 야루짱부강은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성자(聖者)의 자식’을 뜻하는 부라마푸트라강, 방글라데시에선 자무나강으로 각각 불린다.
길이 2057km에 유역 면적은 24만 6000㎢에 이른다. 수력 에너지 매장량은 중국에서 창장 다음으로 많다. 중국의 수력자원 매장량은 6억 7600만㎾h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중 시짱자치구 내 수력자원 매장량은 2억㎾h로 30%가량 차지한다. 옌즈융(晏志勇) 중국 국유전력건설그룹 회장은 “야루짱부강 지역이 세계에서 유량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 정도가 매우 낮아 현재 1% 안팎만 개발된 상태다.
댐 건설 중국 내 구간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 하나인 야루짱부 대협곡을 형성한다. 협곡 평균 고저 차가 무려 5000m, 최대 7667m에 달한다. 게다가 이 구간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다. 유량도 풍부하고 낙차가 커 수력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억명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야루짱부강 프로젝트는 2020년 중국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 처음 등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받는 중국은 수력발전을 늘려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면서도 산업용 전력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신화는 “전기차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생산된 전력은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송전돼 전력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물을 가두거나 방향을 바꾸면 자국의 수량이 80%가량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물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강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10개국 13억명에게 식수, 농업용수, 전력 등을 제공해 주민들이 생계를 의존하는 ‘생명의 강’으로 통한다.
메가급 수력발전댐 건설에 따른 환경 문제도 제기된다. 환경단체들은 ▲하류 지역의 물부족 ▲고의 방류로 인한 홍수 ▲수생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스테클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댐 건설로 하류로 운반되는 퇴적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퇴적물은 하류 범람원의 농업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는 까닭에 댐으로 막히면 흙의 기름짐에 바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는 지진 활동이 활발해 댐 건설에 따른 지각 변동이나 산사태 발생 가능성도 있다. 더군다나 댐 건설은 티베트 고원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경고했다. 수자원 무기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니라즈 싱 마나스 팔리정책이니셔티브 특별고문은 BBC방송에 “중국은 언제든지 이 물을 막거나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무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 외무부는 지난 1월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국가의 이익이 상류 지역의 활동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중국이 보장해야 한다”며 중국에 항의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 소속 한 의원은 중국이 건설하려는 댐을 “괴물 같다”며 “동북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NDTV방송도 “중국이 물 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글라데시는 중국 정부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중국은 다른 국가를 희생해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중국과 인도 간 물분쟁은 티베트고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구조에서 연유한다. 1950년대 티베트를 실효 지배하기 시작한 중국은 히말라야 수계 대부분의 발원지를 확보하며 ‘아시아의 수원(水源)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당시에는 눈에 띄는 갈등이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수자원 안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갈등의 불씨가 됐다.
중국은 이번에 건설하는 댐 외에도 이미 야루짱부강 상류에 다수의 수력발전소를 두고 있다. 짱무(藏木)댐을 포함해 다구(大古)댐, 자차(加査)댐이 완공됐고 제쉬(街需)댐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이 강에는 유량배분 조약이나 공동운영 협정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브라마푸트라강은 미래 분쟁을 초래할 ‘위험 수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도는 맞대응 전략으로 인도 내 수력발전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히말라야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오랜 기간 지연됐던 북동부 수력개발 사업 12개를 재가동해 모두 1만 1500㎿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오징 타싱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장관은 “중국은 이미 댐을 시작했다.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 측은 “이 댐은 홍수 조절이 주목적이고 발전은 부수적”이라며 중국의 방류에 대비한 완충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네팔과 부탄 등 히말라야 접경국과의 수력협력도 강화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다만 브라마푸트라강 최하류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피해 우려가 크지만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관계인 만큼 인도와 공동 대응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야루짱부강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중국의 주권에 해당하고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강을 공유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중국의 발전소 건설이 생물 다양성과 주민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 “수력발전 건설공사는 중국 주권 범위 안의 일로, 청정에너지 발전 가속과 현지 민생 개선, 기후 변화 적극 대응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공사의 계획·설계·건설은 중국 업계 최고 표준을 엄격히 준수하고, 여러 중요 생태환경 민감 지역을 피하며, 원시 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한다"며 "중국은 하류 지역의 국가와 수문정보 통보, 홍수방지 등 협력을 전개하고, 공사에 관해 필요한 소통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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