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강행군 속 원정에서 FC서울을 잡은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은 울컥했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2025 K리그1’ 9라운드 서울전에서 2-1 승리, 2위(승점16·4승4무2패)로 도약했다. 리그 7경기 무패 행진(3승4무) 중이던 서울을 상대로 따낸 승리라 더욱 값지다.
경기 뒤 선수와 감독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정효 감독은 서울까지 찾아온 광주 팬들 앞으로 뛰어가 울먹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정말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 우리 광주 축구를 보고 많은 분들이 영감을 얻고 희망을 품고 앞으로 밀고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그 2위로 올라선 광주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효버지’로 불리는 이정효 감독 특유의 전술 아래 광주는 재정적으로나 전력구조로나 열악한 상황에서도 지난달 시·도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에 진출했다.
단판으로 치를 8강전은 오는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다움에서 킥오프한다. 광주의 상대는 ‘강호’ 알힐랄(사우디). 사우디 프로페셔널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알힐라는 ACLE 최다 우승팀(4회)이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알힐랄에는 주앙 칸셀루, 칼리두 쿨리발리, 후벵 네베스 등 유럽 빅리그 출신 스타들이 즐비하다. 선수단 평균 연봉만 광주 선수단 전체 연봉(약 96억6000만원)을 넘어선다. 총연봉 규모로 따지면 광주보다 약 30배 위에 있다. 포르투갈 출신 호르헤 헤수스 감독의 연봉(약 160억 원)은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다. 연봉만 놓고 보면 이정효 감독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해외 축구전문가들은 광주가 알힐랄을 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광주를 놓고 팬들은 “불가능의 반대말이 광주FC”라고 말한다. 그런 축구를 구사하고 이끄는 인물이 이정효다.
매년 핵심 선수들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 감독의 지략 아래 변화무쌍한 전술을 앞세워 광주는 매년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2년 광주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지난 3년간 K리그2 우승, 시민구단 첫 ACLE 8강 진출 등을 달성했다. 이번 ACLE 16강에서는 일본 J리그 챔피언 비셀 고베를 1,2차전 합계 3-2로 제압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우승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는 큰 목표를 세운 이 감독은 이번 대회를 재정난에 허덕이고 팀 상황에 반전이 될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 감독은 21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하기 앞서 "우승 상금이 1000만 달러다. 우승 상금으로 클럽하우스도 새로 짓고,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새로 짓고, 할 것이 많다. 꼭 결승까지 올라가 최대한 많은 상금을 벌겠다"고 말했다.
광주는 이미 참가팀에 주어지는 기본수당 80만 달러(11억 4000만원)를 받았다. 리그 스테이지에서 4승(2무1패)을 따내 1승당 10만 달러(1억 5000만원)씩 받아 40만 달러(5억 7000만원)도 챙겼다. 16강 진출 수당 20만 달러(2억 9000만원)와 8강 진출 수당 40만 달러(5억 8000만원)를 더해 총 180만 달러(26억원)를 확보했다.
알힐라를 꺾고 4강에 오르면 수당 60만 달러(8억 6000만원), 결승에 올라 준우승 시 상금 400만 달러(57억원), 정상에 등극하면 상금 1000만 달러(142억원)를 받는다.
이 감독은 23일 광주 구단을 통해 "알 힐랄을 분석했다. 조직력 면에서는 우리가 앞선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축구는 팀으로 하는 단체 스포츠다. 우리 선수단의 가능성을 믿는다"며 "꼭 우승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 늘 그렇듯 우리가 하던 축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엄격한 아버지 같으면서도 든든한 형님 같은 '효버지' 감독 아래서 불가능은 없다는 각오로 뛰어보겠다"고 하나로 뭉쳐있다.
'기적 제조기'로도 불리는 이정효 감독이 사우디에서 다시 한 번 역사에 남을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