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태원 "고객 신뢰가 존재 이유…위약금 문제는 내 생각 중요치 않아"(종합)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5.07 11:44  수정 2025.05.07 12:03

7일 SKT 해킹 피해 사고에 대국민 사과

"전 그룹사 보안체계 점검...관련 위원회 신설"

해지 위약금 면제에는 "형평성 문제 존재"

유심보호서비스 적용가능 고객 100% 가입 완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했다. 이번 해킹 사고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더이상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입자들의 요구가 높은 해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서는 이용자 형평성 및 법적 문제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고 본인이 SKT 이사회에 속해있지 않아 명확한 답변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유심 해킹 사고로 큰 불편을 초래해 SK그룹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 고객뿐만 아니라 국회나 정부 등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공식 석상에 선 것은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8일 이후 19일 만이다.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T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를 의식해 브리핑에 참석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청문회 당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냈다.


이날 최 회장은 유심 해킹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전 그룹사 대상으로 보안 시스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위원회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외부 전문가들을 모셔서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이번 문제는 국방 문제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 안보 체계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보안을 넘어 안보가 생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희섭 SKT PR센터장은 "정확한 그룹 차원의 투자 규모는 아직 해킹 사고 원인이 조사 중인 관계로 이것이 명확해지면 정해질 것"이라며 "그룹 내 ICT 계열사들이 많은데 이들 역량을 총동원해서 정보보호 경각심을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의 귀책사유가 SKT 측에 있으니 해지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가입자 및 국회 측 요청에는 본인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는 "제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이용자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 등을 같이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사회가 이 상황을 놓고 논의 중인데, 논의가 잘 돼서 좋은 해결 방안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 여기까지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최 회장은 "저희를 믿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2400만 고객에게 감사하고, 유심 교체를 워하는 분들도 더 빠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고객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앞으로도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T는 이날 기준으로 적용 가능한 고객에 한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100% 완료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누계 가입자는 2411만명이다. SKT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고객도 100% 가입을 진행했다. 오는 14일부터는 로밍 이용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류정환 SKT 네트워크인프라 센터장은 "사고 발생 즉시 의심 장비는 고립시켰고 FDS 모니터링 수준도 최고 단계로 올렸다"면서 "불법 유심을 통해 통신망 인증을 받으려는 이상 시도에 대해서는 FDS 시스템에서 1차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2차 차단망이다. 앞으로도 FDS 고도화는 지속 추진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침해 사건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후 가입자 이탈도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로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봉호 SKT MNO사업부장은 "이번 사태로 가입자 이탈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회사에 미치는 피해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과 고객 케어에 총력을 가할 것이다. 이후에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자 영업 정지를 해지하는 시점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완료되고 일정 수준의 유심 재고가 확보되는대로 검토할 방침이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심 공급 안정화를 목적으로 신규 가입 중단 행정 지도를 내린 만큼, 빠르게 가입자 모객을 재개해 대리점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임 사업부장은 "신규 영업 중단 취지가 유심 부족 시기에 유심 교체에 집중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완료되고, 이심 개통에 대한 개선을 포함해 유심 재고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신규 영업 정지 해지를 검토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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