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 집값 40% 지분 투자…초기 자금부담 대폭 낮춰
시세차익 배분 ‘거부감’…손실 가능성에 혈세 투입
서울로 수요 집중 불가피…집값 자극 및 양극화 심화
금융당국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지분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수요가 몰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와 자칫 손실이 발생하면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미 비슷한 제도들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진 데다 내달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1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달 중으로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분형 모기지와 관련한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을 매입할 때 공공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집값 일부를 함께 부담하고 향후 처분 시 차익을 나누는 게 핵심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집값의 최대 40%를 지분 투자하고 매수자는 나머지 60%를 부담한다. 60%에 해당하는 금액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실질적으로 매수자가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전체 주택가격의 18% 정도에 불과하다.
가령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매수자는 HF로부터 4억원 지분 투자를 받고, 은행을 통해 나머지 6억원의 최대 70%인 4억2000만원을 대출로 조달, 1억800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대신 매수자는 연 2% 수준의 사용료를 HF에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매수자는 1년간 800만원, 매달 67만원 정도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주택을 팔 때 집값이 올라 차익이 발생했다면 HF와 지분율대로 나눠 갖고 반대로 가격이 내리면 하락분에 대해선 HF가 모두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당국은 우선 1000가구 규모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대상 주택은 서울 10억원 이하, 경기 6억원 이하, 지방 4억원 이하 주택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1000가구 시범사업 추진…서울 10억 이하 주택 대상
일반 무주택자 아닌 ‘주거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새 정부 출범 후 정책 연속성 담보 힘들어
시장에선 기대감보다 우려가 더 큰 모습이다. 초기 자금 부담을 대폭 줄여주고 살면서 지분을 점차 늘려갈 수 있어 현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관심을 모으지만 사실상 내 집이 아니라 정부와 지분 쪼개기로 집을 나눠 갖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향후 시세차익이 발생할 때 정부와 이를 나눠야 하는 방식에서 호응을 얻기 어렵단 지적이다. 앞서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한 공유형 모기지, 문재인 정부의 지분적립형 주택 모두 비슷한 이유로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지분형 모기지 역시 서울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커 가뜩이나 심한 지방과의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지역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집값이 내려도 문제다. 이 경우 후순위 투자자인 HF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여서 일부 무주택자의 투자 손실을 국민 전체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내달 3일 대선 이후 시범사업 추진에 나선단 계획이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 변동성이 큰 만큼 연속성 있게 정책을 끌어가기 힘들 거란 우려의 시선도 상존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의 재원 투입은 한계가 있고 수혜 대상도 제한적인 데다 시세차익을 공공이 공유·환수하는 방식은 사회적 선호도가 매우 낮다”며 “적은 자본으로 주거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단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후순위인 HF가 손실을 피하려면 구매 지역 등이 제한될 수 있고 여러 조건이 붙으면 대세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분형 모기지 도입에 앞서 누구를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할지를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이제까지 추진됐던 유사한 제도들과 동일한 속성으로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면 안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 등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을 확보해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아닌 사실상 장기적으로 자금을 축적해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주거복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지분적립형 주택 등을 공급하면 HF가 부담하는 비용도 줄이고 국민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판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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