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회사 왜 샀냐" 소리 듣더니…넷마블·코웨이 동반 턴어라운드 이끈 방준혁 리더십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5.05.14 15:50  수정 2025.05.14 15:53

모바일 게임 개척가 방준혁, '구독경제' 패러다임 바꾼 산업 혁명가로

넷마블, 2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나혼렙' 등 신작 연속 흥행으로 턴어라운드

코웨이, 4개 분기 연속 1조 매출 돌파…혁신제품군으로 4조 클럽 가시화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넷마블

‘넷마블-코웨이 형제’가 나란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두 회사를 이끄는 방준혁 의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비즈니스 모델 개척가로 불리던 방 의장은 본업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던 코웨이를 인수해 ‘구독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승부수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며 경영자로서의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방준혁 의장은 게임 산업의 ‘글로벌 파이오니어’, 혹은 ‘트렌드세터’로 통한다. 지금은 흔하지만 과거에는 생소했던 ‘퍼블리싱’과 ‘부분유료화’ 등 핵심적인 게임 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도입하며 그런 명성을 얻었다.


특히 온라인 게임 일색이던 한국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을 개척하고 시장에 안착시킨 ‘선구자’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한국 게임역사에서 굵직한 역사를 써내려갔던 그는 한때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2019년 1조8000억원의 거금을 들여 국내 렌털업계 1위 코웨이 경영권을 확보한 ‘메가딜’ 때문이었다.


게임 전문기업의 가전 렌털기업 인수는 누가 보기에도 낯설었다. 당시 ‘역대급 이종 간 합병’ 혹은 ‘무리한 인수’라는 세간의 평가가 이어졌다.


6년이 지난 지금, 방 의장의 코웨이 인수는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웨이는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단숨에 주가 10만원의 벽을 돌파했고, ‘본진’인 넷마블 역시 코로나 이후 부진했던 시기를 지나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넷마블과 코웨이의 약진에는 방준혁 의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연타석 히트' 넷마블, 2년간 적자 터널 벗어나 턴어라운드

과거 게임업계 3N으로 불렸던 넷마블은 코로나 팬데믹 종식과 함께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허덕였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개발 기간은 지연되면서 출시해야할 작품들이 해를 넘기기 일쑤였다. 개발비용은 치솟는데 뒤늦게나마 출시된 작품들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던 넷마블의 안살림도 균열이 생겼다.


넷마블은 2022년 영업손실 685억원을 기록하며 10년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출시한 게임들도 여전히 흥행에 실패하며 2023년에는 영업손실이 2156원억원으로 확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장기침체에 들어가는 듯 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2024년 11월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외부의 비관적 시각에도 불구, 방준혁 의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시장에 알리며 방치형 작품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2024년 최고의 기대작 ‘나 혼자만 레벨업:ARISE’에 모든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


‘나혼렙’은 출시와 함께 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글로벌에 출시한 ‘나혼렙’의 DAU(일간활성 이용자수)는 500만명을 돌파했고, 하루 매출은 140억원을 기록하며 ‘리니지2 레볼루션’ 이후 가장 성공한 넷마블의 대표 게임으로 성장했다.


웹툰 IP와 게임의 결합은 트랜스미디어 관점으로 재해석돼 지난해 열린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대통령상 수상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날 방준혁 의장은 ‘레이븐’ 이후 9년만에 게임 대상을 수상한 ‘나혼렙’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부산 지스타 현장을 찾았으며, 직접 연단에 올라 직원들을 격려하며 감동을 함께한 바 있다.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이 같은 흥행작들의 출시를 통해 지난해 2156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턴어라운에 성공했다. 매출 역시 전년에 비해 성장한 2조6638억원을 기록, 숨고르기 했던 2023년(2조5021억원)을 넘어 다시 기수를 우상향으로 돌렸다.


2024년이 ‘나혼렙의 한 해’였다면 2025년은 더 많은 기대작들이 포진돼있다. 먼저 ‘RF온라인: 넥스트’가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출시 이후 양대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상당 기간 유지하며 MMORPG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달 15일 출시 예정인 ‘세븐나이츠리버스’ 역시 넷마블의 대표 IP를 재해석한 수작으로 기대감이 높다.


이후에는 2분기 중 ‘킹 오브 파이터 AFK’를, 하반기부터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뱀피르(구 더 레드: 피의 계승자)’, ‘몬길: 스타 다이브’, ‘프로젝트 SOL’,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스팀)’ 등 다수의 기대작이 포진돼 있다.


방준혁 의장은 연초 넷마블 시무식에서 ‘재도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2025년에는 넷마블이 글로벌 게임 경쟁력을 온전히 회복하고 다시금 게임산업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임직원들과 공유한 바 있다.


코웨이, '비렉스'와 말레이시아 법인 호조로 '4조 클럽' 가시화

코웨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1749억원, 영업이익 21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 9.0% 증가한 실적을 냈다.


국내 사업 부문은 매출 6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성장했다. 신규 렌탈 계정 순증 10만3000건(전년 대비 63% 증가)과 함께, 신제품인 룰루 더블케어비데2와 노블 공기청정기2의 판매 호조, 아이콘 정수기 시리즈 및 비렉스(BEREX) 매트리스·안마의자 등 주요 제품군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법인 매출은 4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법인은 3289억원의 매출로 22% 성장했으며, 미국과 태국 법인도 각각 600억원(33.7% 증가), 429억원(43.9% 증가)의 매출을 달성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넷마블

이같은 실적 향상은 방준혁 의장의 전략적 리더십 아래 디지털 전환(DX), 혁신 제품 개발,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의 전사적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게임 산업에서 트렌드 세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가전사업에서도 비렉스 브랜드 확대, 해외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아이콘 정수기 등 디자인 차별화 등의 전략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방준혁 의장은 지난 2021년 코웨이 인수 후, 미래 투자 없이 기존 성공에만 의존해 약해진 코웨이의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점을 두고 지난 3년간 제품혁신, 서비스 혁신, 디지털 혁신 등에 집중 투자했고, 이는 코웨이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온전히 돌아왔다.


방 의장은 또, 지난 4년간의 투자와 도전으로 원하던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판단, 지난 1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코웨이밸류업 프로젝트를 전격 공표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는 핵심사업 고도화, 신규브랜드 및 신사업강화, 해외사업 확장을 중심으로 2027년까지 매출 5조 원 초과 달성이라는 목표와 총주주환원율을 20%에서 40%로 상향한다는 등의 주요 내용이 담겼다.


시장도 인정한 방준혁 리더십…코웨이 주가 10만원 돌파, 넷마블 저점대비 41% 급등

방준혁 의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해로 지혜와 통찰력, 성장을 상징한다”며 “넷마블·코웨이 양사 모든 리더가 타성에서 벗어나 트렌드에 맞춰 유연성 있게 빠르게 변화해 우리만의 길, 우리만의 저력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성장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핵심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변화해야만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넷마블은 다시 멀티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웨이 역시 오프라인 판매와 온라인 채널을 연계한 서비스를 강화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아울러 아이콘 시리즈와 비렉스 혁신 제품군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끊임없는 변화에 양사의 주가가 화답하고 있다. 코웨이는 5월 13일 10만원의 벽을 돌파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넷마블 역시 올 4월 초만 해도 3만75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한 끝에 13일 종가 기준 5만1500원을 기록하며 저점대비 40% 이상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준혁 의장은 2018년 열린 한 외부 강연에서 “많은 후배들이나 신입사원들이 성공 방정식에 물어보곤 한다”며 “실패는 어떤 사람에게는 좌절을 주지만, 어떤 이에게는 교훈을 얻어내재화시켜 성공가능성을 높여준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 실패 하더라도 오히려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방준혁 의장이 코웨이를 처음 인수했을 때 세간에서는 게임회사 오너가 정수기 회사를 인수해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의구심이 가득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경험치로 쌓이면 더 큰 성공의 자양분이 될수 있다는 철학으로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또 다른 성공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는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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