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논나’
식구를 직역하면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솥밥을 먹는 가족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식구에는 정서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우리는 밥이 관계를 맺는 매개로 작용해왔기 때문에 식구라는 말은 단순한 동거인을 넘어 정을 공유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논나’는 혈연은 아니지만 함께 음식을 매개로 진정한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과 음식과 사람들의 연결을 통해 가정은 마음이 모이는 곳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조 스카라벨라(빈스 본 분)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어머니의 추억을 기리기 위해 조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을 구입하고 그곳에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로 결심한다. 이탈리아계 할머니들만 셰프로 고용하는 독특한 컨셉으로 만들었지만 할머니들간의 갈등으로 식당 운영은 순탄치 않다. 그러나 조는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 동창인 올리비아(린다 카델리니 분)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유명 음식평론가의 긍정적인 리뷰까지 받으며 명성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 한다.
영화는 진정한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했던 따뜻한 식탁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었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음식, 어머니의 손맛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서 오픈한 레스토랑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다. 조에게 레스토랑은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곳이다. 셰프로 고용된 할머니들은 손님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요리의 배경과 가족과 얽힌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떤 요리사는 사별한 남편을 위해 만든 음식이고 어떤 요리사는 손자를 위해 만든 음식이다. 음식이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랑과 기억, 가족의 유산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음식을 빗대 가족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갈등과 화해를 통해 공동체의 힘도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인 ‘논나’는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를 뜻한다. 영화 자체가 할머니들이 셰프가 되어 가족 같은 분위기의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이다. 조는 다양한 이탈리아계 할머니들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전통 요리를 선보이지만 논나들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과 지역 사회의 반대로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다투던 논나들은 결국 화해와 이해를 통해 서로를 포용한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정서적 연결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한 서로 다른 남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은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대안 가족으로의 가능성과 상실을 치유하는 공동체의 힘을 영화는 전한다.
실화가 전하는 위대함 또한 느낄 수 있다. 얼핏 보면 영화는 비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식사를 넘어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세대와 문화를 연결하고 가족의 힘은 위대하는 것을 알리는 이 작품은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실제로 존재하는 레스토랑 에노테카 마리아의 창립자 조 스카라벨라의 감동적인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조는 어머니, 할머니, 여동생을 함께 잃었다. 상실감에 빠진 그는 가족과 함께 했던 정겨웠던 식사 시간을 그리워하며 2007년 스태튼 아일랜드에 실제 논나만은 고용한 독특한 콘셉의 에노테카 마리아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미국 내에서도 잘 알려진 실화가 넷플릭스로 공개된 직후, 시청 순위 1위까지 기록하며 미국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머니가 해주었던 따뜻한 손맛이 그리워 식당을 열였다”는 단순하지만 강한 동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점차 가족의 틀이 약해지고 변하면서 붕괴되고 있다. 여기에는 1인 가구의 증가, 가족 간의 정서적 단절, 공동체적 기능의 약화, 그리고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역할의 재편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비록 전통적 가족의 틀은 약해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정서적 공동체 등 다양한 대안 가족의 형태들이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논나’는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족과 음식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스토리와 따뜻한 메시지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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