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대한항공 대상 교환사채 발행…한진과 '反호반 전선' 구축(종합)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5.16 18:35  수정 2025.05.16 18:52

650억 규모 EB 발행…호반 지분 공세에 LS·한진 연대설 부각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LS가 대한항공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에 맞서 LS와 한진의 전략적 연대가 가시화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는 채무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LS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KDB산업은행 차입금(1005억원)를 상환할 예정이다.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에 대한항공이 우군으로 나선 셈이다.


이번 EB 발행은 호반그룹의 지분 공세에 유사한 갈등 국면에 놓인 LS그룹과 한진그룹이 상호 보완 역할을 해주며 연대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호반의 공세가 구체화될 경우 두 그룹이 향후 경영권 방어 등에서도 협력해 대응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도 읽힌다.


앞서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17.44%에서 18.46%로 1.02%p 끌어올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19.96%)과의 지분 격차는 1.5%p까지 좁혀졌다. 산업은행(10.58%)과 델타항공(14.9%) 등 외부 우호 세력을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지분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20% 수준에 불과하다.


LS그룹 역시 호반과 갈등을 겪고 있다.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은 LS전선과 특허권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고 해저케이블 설계 유출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이같은 갈등 상황에서 호반그룹이 LS 지주회사 지분 약 3%를 매입하면서 '보복성 경영권 위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달 LS그룹과 ‘동반성장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항공우주와 UAM 등 미래사업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 EB 발행을 계기로 이 협약이 호반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연대였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호반은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단순 투자’라고 밝히며 경영권과 관련한 어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호반은 과거 아시아나 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개입하고,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실사만 받고 철회하는 등 돌발적 행보를 보인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지금까지 호반그룹의 행보가 경영권과 무관한 단순 투자자로 보기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반은 과거부터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호반그룹은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2022년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고, 2023년에는 팬오션으로부터도 한진칼 지분을 5.85%를 추가 매입하는 등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이번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 확대 역시 항공업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 개입 당시도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항공업 진출을 노린 것이라는 시선을 받았었다.


최근에는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경영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주주권을 행사했다. 업계에는 조원태 회장의 보수 수령 비중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은 LS와의 연대 외에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방어선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자사주 전량(44만44주)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며 우호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그 결과,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19.96%에서 20.66%로 늘어나며 호반과의 격차도 2.2%p로 벌어졌다.


여기에 외부에 넘어갔던 정석기업 지분을 다시 사들이며 그룹 내 핵심 자산법인에 대한 내부 통제력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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