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구도원 역 열연
교수들에겐 ‘구반장’, 후배들에겐 ‘구신(神)’으로 불린다. 산모의 진통 소리만 들어도 교수에게 콜 타이밍을 귀신같이 맞추고, 수술실에선 집도의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돕는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구릉도원’ 구도원 선생의 이야기다.
tvN 드라마 ‘연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서 구도원은 종로 율제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로, 배우 정준원이 연기한다. 2015년 독립영화 ‘조류인간’으로 데뷔한 정준원은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 이번 작품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는 평가다.
한국 콘텐츠 경쟁력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정준원은 상대 배우인 고윤정과 함께 화제성 순위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언슬전’ 크리에이터를 맡은 신원호 감독은 정준원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캐스팅하려고 보석함에 넣어놨던 배우인데 자꾸 뭐가 안 맞아서 같이 일을 못 하다가 이번에 만나게 됐다”며 “연기를 워낙 탄탄하게 다져온 데다 본인 자체도 일상미를 가진 매력적인 배우”라고 설명했다.
구도원 역에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기댈 수 있는 ‘어른 남자’를 바랐던 신 감독은 보석함을 열었고, 정준원은 신 감독의 안목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기꺼이 후배들의 방패가 되어 주는 든든한 선배이면서, 잘못된 부분에 있어선 단호하지만 현명하게 질타하는 성숙함까지 지녔다.
구내식당에선 아침 1등, 수술 사이 편의점 단팥빵과 커피 원샷, 수요일 테니스, 금요일 넷플릭스에 맥주 두 캔 등 반복되는 루틴 속에 살지만, 때론 엉뚱하고 헐렁한 모습을 보이면서 ‘반전’ 매력도 보인다. 무엇보다 이를 연기하는 정도원의 얼굴엔 부드럽고 온화한 선배미와 엉뚱하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이 동시에 묻어난다.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으로 정준원이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그의 존재감이 그리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영화 ‘동주’ ‘박열’ ‘더테이블’ ‘리틀 포레스트’ ‘독전’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019년 SBS 드라마 ‘VIP’를 통해서다. 극중 성운백화점 홍보팀 대리를 연기한 그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을 연기하며 대중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또 2020년 방영된 JTBC 드라마 ‘허쉬’에선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찬 신입 기자에서 진정한 기자로 성장해 가는 모습, 상대 배우 임윤아와의 유쾌한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로 조연이었지만, 맡을 역할을 탁월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케이스다. 특히 그는 화려함 대신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힘이 있다. 이번 ‘언슬전’에서도 구도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힘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표현력이 정준원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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