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줄고 치솟는 월세…장기전세주택 눈 돌리는 무주택자
최장 20년 거주에 저렴한 비용 ‘매력’…세 자릿수 경쟁률도
정책 대출 활용 가로 막혀…공급 물량도 태부족 ‘한계 뚜렷’
서울시가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로또급 청약 경쟁률이 나타내고 있다.
다만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탓에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대안으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장기전세주택 유형 중 하나인 ‘미리내집’ 35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리내집은 출산·결혼을 계획 중인 청년·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 및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데, 자녀 출산 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2자녀 이상 출산하면 시세의 80~90% 수준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된다.
서울 도심 내 알짜 물량이 미리내집으로 공급되면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의 관심도 뜨겁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제 4차 미리내집’ 367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에 나선 결과, 총 2만3608명이 신청해 평균 6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 3차 모집공고 당시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진 셈이다.
최고 경쟁률은 ‘호반써밋 개봉’ 전용 59㎡로 759.5대 1을 보였다. 이 밖에도 ‘DMC SK뷰’ 84㎡는 240.3대 1, ‘롯데캐슬 트윈골드’ 59㎡는 218.5대 1 등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인기는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줄고 월세가 급등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 탓이 크다. 올 1분기 서울의 소형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만8055건인데 이중 월 100만원 이상인 거래량은 3947건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한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에게 서울 도심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미리내집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미리내집 가운데 아파트 물량 대부분은 보증금이 4억원을 넘어 정부의 정책대출을 활용할 수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업 취지와 달리 부모찬스를 쓰는 일부 수요자에게 기회가 집중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에 공급된 물량 가운데 ‘이문 아이파크 자이’ 전용 59㎡는 보증금이 4억6410만원,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59㎡는 4억2375만원 수준이다.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용 82㎡는 6억원,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59㎡는 9억7500만원에 달한다.
시세 대비 저렴한 금액이 분명하지만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보증금 기준인 ‘수도권 4억원’ 과는 갭이 큰 탓에 당첨되더라도 활용하지 못하는 수요자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공급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서울의 공급부족 우려가 점차 심화하고 있어 공공에서 미리내집으로 배정할 수 있는 물량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게 아닌 서울시 사업인 만큼 마냥 재원을 투입할 수 없단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올해 3500가구에 이어 내년부터는 연간 4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파트 뿐만 아니라 비아파트로 유형도 다양화한단 방침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세 대비 저렴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공급된 물량은 인기 단지 물량이 많아 수요자들이 더 많이 몰린 영향도 있다”며 “계속해서 좋은 입지의 알짜 매물이 공급되기 힘들고 서울 입주물량 자체가 적어 그에 비례해 미리내집 물량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거라 주거 사다리로 시장 흐름 자체를 바꾸긴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리내집을 활용할 수 있는 청년·신혼부부는 소수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당연히 좋은 사업”이라며 “다만 서울시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사업이어서 LH나 다른 공공에서 함께 힘을 보태주는 게 좋고 시장이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유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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