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극장가 라인업 연이어 발표
2025년 여름 극장가의 윤곽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할리우드 모두, 올 시즌 라인업의 중심에는 익숙한 이야기의 재구성과 강력한 팬덤을 품은 원작 기반 콘텐츠, 즉 IP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실사화한 ‘전지적 독자 시점’이 포문을 열고, 이윤창 작가의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좀비딸’이 7월 개봉을 확정 지었다. 두 작품 모두 이미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캐스팅부터 마케팅까지 원작 독자를 정조준하며 극장가의 기대작으로 부상 중이다.
일찌감치 7월 개봉을 여름 성수기 시장을 선점했던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웹소설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는 설정의 판타지 액션물이다. 소설은 웹툰으로도 제작돼 연재 중이며, 원작 팬층의 규모와 충성도를 고려할 때 극장가에서도 그 영향력이 주목된다.
7월 출격을 선언한 '좀비딸'(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도 이윤창 작가의 입기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팬덤이 탄탄하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하는 딸바보 아빠의 분투를 그린 코믹 드라마로 독특한 설정과 코미디적 감성이 강점으로, 원작 웹툰 특유의 감정을 실사 영화로 어떻게 옮겨낼지 관심이 쏠린다.
해외 극장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슈퍼맨', '판타스틱4',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등 워너브러더스, 월트디즈니 등 유명 스튜디오의 익숙한 프랜차이즈가 리부트 혹은 후속편의 형태로 7월 극장가에 등판한다. 새로운 이야기보다 검증된 세계관과 캐릭터를 활용한 전략은 팬데믹 이후 관객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안정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영화가 웹툰·웹소설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서 파생된 IP를 중심으로 신선한 세계관을 끌어오고 있는 반면, 할리우드는 오랜 시간 축적된 캐릭터 유산을 반복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략의 기원은 다르지만, 관객에게 익숙한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에서 양국의 여름 전략은 같은 축 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처럼 IP 중심으로 짜인 여름 라인업은 산업의 기획 구조에 대한 경고음을 동반한다. 창작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흥행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새로운 이야기를 실험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도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놀라움과 감동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결국 2025년 여름 시자은 원작 중심 콘텐츠가 극장가에서 어떤 파급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줄 것인 가를 가늠하는 분기점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IP는 지금 영화 산업이 가장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카드지만, 그 카드가 이번에도 유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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