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공약 낸 '대법관 증원'…민주당, 대선 후 '사법부 재편' 착수할까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5.29 00:15  수정 2025.05.29 00:22

민주당 중앙선대위 철회 지시 무색하게

李 공약집으로…구체적 증원 숫자 없어

검사 징계·파면 등 검찰개혁 강화 명시

국민의힘 "李 방탄 위한 삼권분립 파괴"

서울 지역에 막판 힘을 쏟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한 표를 호소하며 유세를 벌였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선 기간 중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법관 증원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정책 공약집에 담겼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대선 전 '사법부 압박'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철회를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대법관 증원 공약의 취지는 그간 민주당이 꾸준히 강조하던 사법개혁 완수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제고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현재진행형인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사법부 겁박용' '삼권분립 파괴 시도'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28일 이같은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담은 21대 대선 정책 공약집을 발표했다.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대법관 증원법은 '100명 증원'(장경태 의원 안), '30명 증원'(박범계·김용민 의원 안)이 있다. 대법관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침은 없었지만,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사법개혁 방향성은 유지한 것이다.


민주당이 내세운 대법관 증원법의 핵심 취지는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제고'다. 그러나 민주당은 앞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사법부를 손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사법부 압박에 총공세를 가해왔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대법관 반드시 증원한다. 이재명정부가 탄생하면 곧바로 처리할 것"이라며 "사법부에서 예상치 못하게 전원합의체로 고법의 무죄를 뒤집었다. 상상 이상의 것을 했지 않느냐. 우리는 상상 그 이상의 상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자 당 중앙선대위가 지난 26일 직접 법안 철회를 지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법조계와 법관 사회 내에서 우려가 큰 법안들에 대해 우리 당이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법안을) 철회 (지시)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발의자인 장경태·김용민 의원이 사실상 철회를 거부하면서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를 건드려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또 기발의된 대법관 증원 숫자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희화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김용민·장경태 의원이 선대위의 철회 지시에 이렇다 할 액션(응답)이 없던 상황이었다"며 "향후 대법관 숫자를 차근히 늘려가는 방안을 깊이 있는 시간을 두고 좀 더 논의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성동구·동대문구 유세를 마친 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따라 "(대법관 증원법 등은) 아직 때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선 이 후보의 사법개혁 의지도 이틀 만에 재확인 됐다. 앞서 이 후보는 같은 날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서 열린 학생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개혁이 급선무라 우선순위 면에서 지금은 (사법개혁의)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대법원이 사건도 많고 다른 나라에 비해 (대법관) 숫자가 적기 때문에 민사 사건 70%를 기록도 보지 않거나 상고심 재판을 받을 기회가 박탈 당하는 등 법원 내에서도 대법관 증원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다"고 했다. 향후 집권시 관련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대두됐고, 결국 공약에 담긴 것이다.


이 후보가 대선에 승리해 대통령으로서 다수의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특정 정치 세력이 입법·행정권은 물론 사법권까지 장악하게 될 소지가 있어 삼권분립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법관이 증원되더라도 결국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될 공산도 크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 파괴 시도'라며 정면 반발했다. 최인호 중앙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하려는 폭주"라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가 이 후보에게는 자신의 방탄과 사실상의 독재 시대를 여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공약집엔 '검찰개혁' 방안도 담겼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데서 나아가 검사에 대한 징계와 파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외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절차법 제정 등이 담겼다.


그간 민주당은 이 후보를 둘러싼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을 기소한 검찰을 향해 "조작 기소" "기소권 남발"이라며 파상공세를 가해왔다. 국회 다수석을 이용한 탄핵도 서슴치 않았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건수는 '0건'이다.


현행법상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파면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은 법적 제한을 완화해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 절차만으로도 파면토록 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사법 제도를 정권 방어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최인호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란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개혁하겠다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했고, 김혜지 수석부대변인도 "국민 앞에 해명은커녕 수사기관을 매도하고, 증인까지 있는 사건을 '소설'이라 치부하며 오히려 본인이 소설을 쓰고 있는 형국"이라고 일갈했다.


전·현직 교수 및 법조인 1004명도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편 판사'를 대거 임명해 대법원을 장악하고, 본인들에게 유리한 판결만 하도록 사법 제도 자체를 개조하겠다는 것"이라며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철저히 유린하는, 오직 이 후보만을 위한 노골적인 '위인설법'"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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