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5월 경제전망'서 전망치 발표
수출·내수 부진으로 하향 기정사실화
차기 정부, '경제 복구' 책임감 안을 듯
한국은행이 오는 29일 사상 처음으로 '0%대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얼어붙으면서 당초 예상했던 1%대 성장마저 위태로워져서다.
특히 다음달 대선을 앞둔 만큼 이번 전망은 향후 출범할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무게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이 모인 곳은 한은이 제시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지난 2월 1.5%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대 후반에서 1%대 초반으로 대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더불어,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이 악화했다.
실제 이번달 20일까지의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3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4.6% 감소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도 심각하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투자도 얼어붙으면서 성장 주요 축인 내수마저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0%대 성장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0.8%, 현대경제연구원은 0.7%로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1%를 밑도는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세계 주요 IB 8곳의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8%다. 3월 말 1.4% 대비 0.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기 정부가 저성장 극복을 위해 내놓을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단기적 경기 부양과 중장기적 경제 구조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0%대 성장률 전망치가 공식화되면 이는 6월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성장률 사수를 위해 가능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성장률은 새 정부의 경제 정책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감세하는 등 확장 거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돈 풀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경제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다른 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막고 있는 구조를 파악해 노동·연금 등 규제를 완화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말로만 그치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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