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 저놈 안 가리는 ‘그물’…“이러다 다 죽어” [씨 마른 바다④]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6.03 06:00  수정 2025.06.03 06:00

가파르게 줄어드는 어족자원 문제

명태 이어 오징어도 자취 감춰

기후 변화 영향 적지 않겠지만

어종·크기 안 가리는 ‘자망’이 핵심

어부가 그물을 걷어올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어족자원 고갈 문제의 첫 번째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 수온 상승이 고유 어종들을 바다에서 사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후 변화가 자원 고갈 원인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기후 변화는 바닷속 자원의 종류를 바꾸는 이유라고 보는 게 더 맞다.


어족자원 고갈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어획 행위가 지속가능한 어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내 연안에서 가장 널리 쓰는 조업 방식은 ‘자망(刺網)’이다. 물고기가 지나는 길목에 그물을 쳐 수산물을 잡는 방법이다. 자망은 물고기 종류나 크기 등을 막론하고 잡아 어린 개체에 특히 치명적이다. 선박 무게는 총 10t 미만이어야 연안자망어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자망어업의 문제점은 그물에 걸리는 어류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목표로 하는 어종 외에도 걸리는 대로 잡아 올린다. 종류는 물론 크기도 가리지 않아 어린 물고기들도 함께 잡힌다. 보호 생물종인 돌고래(상괭이 등)나 바다거북이 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자망을 한 번 치면 보통 최소 2~3일 이후 건진다. 일찍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은 바닷속에서 숨을 거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물을 끌어 올린 뒤 작은 물고기들을 바다로 방류해도 살아남기 힘들다.


그물을 이중, 삼중으로 치는 불법행위도 존재한다. 이 경우는 어족자원을 ‘학살’하는 행위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자망을 하는 어민 스스로도 “자망 어업을 그대로 두고 어족자원 고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을 정도다.


이른바 ‘유령어업’이라 부르는 유실된 자망이 끼치는 악영향도 크다. 유실 자망은 해양쓰레기가 돼 바닷속에서 아주 오랜 기간 해양 생물을 위협하는 덫이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자망 어업을 전면 금지하거나 규제를 강하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연안에서 자망 조업을 할 수 없다. 캐나다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도 특정 지역에서 자망 어업을 금지한다. 일본도 1979년 이후 특정 해역에서는 자망 어업을 제한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어종과 크기를 불문한 어로 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국내 수산물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총생산량은 84만1000t이다. 전년 생산량 95만1000t 대비 11.6% 줄었다. 최근 5년 평균 생산량 95만5000t과 비교해도 9.1%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전년대비 오징어와 갈치는 각각 1만3000t, 4만4000t씩 생산해 전년대비 42.1%, 26.6%씩 줄었다. 꽃게는 2만t을 잡는 데 그쳐 23.3% 감소했다. 멸치도 같은 기간 12만t을 잡으며 전년대비 18.8% 쪼그라들었다.


전망도 어둡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2050년 한국 수산물 총생산량은 2023년 대비 8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금액으로는 1조2700억원이 줄어든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월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산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을 위해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을 근절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보고·이행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수부 장관은 불법 어업 등을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연근해어업자와 어획물운반업자는 항행하거나 조업할 때 기준에 맞는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의무 작동해야 한다.


연근해어업자는 조업 때마다 조업 시간, 횟수, 어종별 어획량 등 어획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어선에서 보관한 수산물을 어획물 운반선에 옮길 때는 날짜와 어종별 수량 등에 관한 실적을 해수부 장관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어족자원 고갈 현상이 완화할 수 있을까? 어민 스스로 인식을 달리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는 게 수산업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불공정한 규제·허점 많은 TAC, 중국 불법까지 ‘악재’[씨 마른 바다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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