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 현실화에 은행권 '부담감'…상생금융, 또 의무되나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06.12 07:24  수정 2025.06.12 07:24

이미 이전 정부 시절 2조원 규모 상생금융에 동참

지난해 사회공헌에도 1.8조원, 역대 최대

"부족한 재원, 은행 출자로 보완 예고돼…정책 부담 고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소상공인 부채 탕감 정책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에 정책 리스크가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이미 윤석열 정부 시절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에 동참한 은행권은 새 정부의 '빚 탕감 프레임' 재등장에 부담이 더욱 커진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대출 조정·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실무진 단위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채무 조정 및 탕감' 정책이 실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집계를 보면 현재 만기가 도래하는 코로나 대출 규모는 총 50조원에 달한다. 만약 배드뱅크가 이 가운데 부실 우려가 큰 채권을 30% 수준에 매입할 경우, 최소 15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2차 추경 예산안의 대부분을 민생회복지원금으로 편성한 상태로, 추가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민간은행의 출자로 보완하려 할 경우, 은행권은 또 다시 반강제적 동참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은행에서는 연체율 상승,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축소, 가산금리 제한을 위한 은행법 개정 추진 등으로 복합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여당은 서민의 금융 부담 완화를 이유로, 각종 출연금 등 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출금리는 평균 0.2%p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간 금융기관이 또다시 정책 목적을 위해 출자에 나서는 방식은 부담이 크다"며 "지금도 사회공헌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추가 기여 요구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은 총 1조893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6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2006년 첫 실적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 중 ▲지역사회·공익사업 1조1694억원 ▲서민금융 지원 5479억원 등이 포함됐으며, 별도로 ▲민생금융 지원방안(2조1000억원)과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5800억원)도 추진 중이다.


그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상생금융'이 자율적 기여를 넘어 '의무'로 재정의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의 대응 전략에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부채 탕감 정책이 금융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외에도, 위기 시마다 국가가 채무를 대신 책임지는 구조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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