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애 명장면, 어떻게 만들고 있나 [자컨 10주년②]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14 14:38  수정 2025.06.14 15:59

제작사 고민 깊어져…시장 전망은 긍정적

10년 전 방탄소년단(BTS)은 작은 스튜디오와 목욕탕, 실미도 유원지 등을 전전하며 자컨(자체 콘텐츠)을 촬영했다. 당시 제한된 예산으로 촬영된 만큼 투박한 영상이 팬들을 만났지만, 무대와 방송 활동 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 방탄소년단의 전략에 팬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그 결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이 탄생했다.


ⓒ라이즈 '위 라이즈'

이제 케이팝(K-POP) 아이돌 시장에서 자컨은 팀 활동 기획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자리한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자컨 시장에 뛰어든 만큼 제작 규모도 커졌고, 완성도 또한 향상됐다. 지난해 11월 '패션 서바이벌' 특집 자컨을 촬영한 에스파는 심사위원으로 현직 패션모델을 초빙해 화제를 모았고, 2월 컬링과 스노우보드 특집을 촬영한 라이즈는 멤버가 직접 "스키장을 통대관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NCT 127과 트리플에스는 뉴욕에서, 스테이씨는 중국 저우장에서, 르세라핌은 홍콩에서 자컨을 촬영하며 스케일을 키웠다.


이에 따라 제작진의 부담도 커졌다. 복수의 현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규모가 있는 팀들만 자컨을 찍었다면 요즘에는 자컨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다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 많은 그룹이 자컨을 찍다 보니 '뭘 찍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자컨을 통해) 아티스트의 케미스트리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바이럴적인 측면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획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는 편이고, 그게 요즘에는 커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에는 성탄절 특집을 하고, 명절에는 윷놀이를 하는 것처럼 비슷한 특집이 반복될 때가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제작사 입장에선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이니 새로운 걸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획사의 요구도 더 섬세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어떤 제작사사랑 하겠다' 보다는 '그 제작사의 어떤 감독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 꼭 뮤직비디오 제작진을 섭외할 때처럼 상세하게 물어보면서 진행하는 추세”라며 “데이터가 많이 쌓이다 보니 ‘이런 건 우리와 맞지 않을 것 같다’, 혹은 ‘이런 기획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등 기획과 관련한 피드백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보다 치열해진 제작 환경을 통해 자체 콘텐츠가 기존 팬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팬덤 규모 확장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 또한 비슷한 의견이다. 2020년 1월 한국콘텐츠학회가 발행한 논문지 '뉴미디어 시대의 팬덤과 문화매개자: 방탄소년단(BTS) 사례를 중심으로'는 팬과 아티스트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자컨이 결과적으로 팬 충성도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팬덤을 모으는 소구력 차원에서 자컨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자체 콘텐츠가 음악 외의 콘텐츠가 되다 보니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영향력이 있으며 팬덤의 결집력을 높이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도 밝을 전망이다. 정 평론가는 "자컨 시장은 앞으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사실상 활동 공백기가 없는 시대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공급하고 팬들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자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낙 많은 콘텐츠가 나오니 그 안에서 재밌거나 진솔하게, 혹은 제작환경을 낱낱이 보여주는 비하인드 신의 개념 등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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