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통 문제 된 ‘어족자원 고갈’
FCMA·MSC·ASC까지 대응법 다양
핵심은 정부 ‘규제’와 어민 ‘동참’
수산 보조금 협정 발효 한국도 준비해야
바닷속 어족자원 고갈 문제는 한반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태평양 건너 미국과 대서양 넘어 유럽에서도 지속가능 어업을 정책 목표로 삼을 만큼 자원이 급감하고 있다.
대응 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만 정부 규제와 함께 어업인 자발적 자원 보존 노력이 더해지는 경우에만 실제 효과를 거둔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미국은 1976년 수산보존관리법(FCMA)을 제정해 일찌감치 어업 행위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FCMA는 미국 연방 어업 관리의 핵심 법률로, 해안 3마일부터 200마일까지 영역 내 모든 어업 행위를 관리한다.
FCMA는 미국 연방 정부가 어업 활동이 어장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수산자원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별로 어업 관리 위원회를 구성해 어획량과 어획 방식 제한, 어류 보호 구역 설정 등 어업 활동을 통제한다.
미국은 IUU(불법·비보호·비규제) 어업에 대한 제재도 적극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해 2월 내놓은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09년 이후 격년 단위로 발간하는 국제 어업관리 개선 보고서(IFM)를 통해 IUU 어업 행위를 식별하고 해당 국가에 제재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규제 범위 또한 연안국 배타적경제수역조업까지 확대했다.
호주는 지속가능 해양관리협의회(MSC) 어업인증이 유명하다. MSC는 세계 어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이다. 수산자원량 보전, 생태계 영향 최소화,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 아래 27개 세부 지표를 모두 충족한 어업에 부여한다. MSC는 어업 현장뿐만 아니라 이를 지킨 수산회사와 그 제품에 대해 에코라벨을 부여해 가치를 높인다.
호주는 한때 남획으로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남방참다랑어에 대한 MSC 인증으로 최근 어획량을 회복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세계 2위 규모 수산물 수출 대국인 노르웨이도 한때는 심각한 남획으로 주요 어종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1970년대 청어 자원이 급감하자 노르웨이 정부는 총허용어획량(TAC)과 선사끼리 물량을 거래할 수 있는 양도성개별할당제(ITQ) 등을 도입했다. 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르웨이는 어선 규모별 그룹을 정해 같은 그룹 안에서만 물량을 최대 80%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 중이다.
영세 어민 보호 대책도 함께 추진했다. 총 길이 11m 이하 소형어선어업은 ITQ에서 제외했다. 또 고등어 어획 금지 체장(몸길이)을 30㎝로 설정하고 가을과 겨울철에만 어획하는 등 적극적인 수산자원 보호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어민과 어선은 30% 이상 줄어든 반면, 어획량은 스무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르웨이 정부와 수산업계는 수산물연구기금(FHF)과 같은 연구개발(R&D) 전담 기관을 통해 양식 산업 발전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해양분야 연구개발 기금이 국가 전체 R&D 예산의 8%가 넘는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가 대표적이다. MSC가 어업에 관한 인증이라면 ASC는 양식산업에 관한 인증이다.
ASC는 무분별한 수산양식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양식수산물의 비중이 크게 늘자 더욱 책임감 있는 수산물 생산을 위해 마련한 기준이다.
ASC 양식 인증제도는 ‘지속가능성 규격을 위한 국제단체(ISEAL Alliance)’와 같은 국제 규격 연합체 정회원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양식 인증제도다.
ASC 인증은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국가와 지역의 법률과 규정 준수, 자연서식지, 지역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 야생 개체군 다양성 보전 등 7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양식장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며 사료나 수질, 항생제 사용도 심사 대상이다.
이 밖에도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을 통해 남획을 방지하고 불법 어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기후해양연구실 김정도 연구실장은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불법어업과 과잉어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FAO의 ‘2024년 세계 어업 및 양식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어획량의 37.7%가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불법 어업과 과잉어획 상태인 어종을 잡는 선박과 운영자에게 수산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수산 보조금에 관한 협정’을 채택한 점을 상기시켰다. WTO 협정이 발효되면 불법 어업과 과잉어획에 대한 수산 보조금 지급이 금지된다. 이를 증명하지 못한 수산물은 수출입이 제한된다.
김 실장은 어업 투명성 강화를 주장하며 “우리나라는 원양어업에서 어업 투명성을 강화해 불법어업과 과잉어획 가능성을 차단해 왔다. 이제 이를 연근해 어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어선위치발신장치(VMS) 설치를 연근해 어선 전체에 의무화해 불법조업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획 실적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길 경우에도 이를 신고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며 “육상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도 보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불법어업과 과잉어획 여부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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