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국방' 안규백·'前정권 유임' 송미령·'보수 인사' 권오을…李대통령 초대 내각 '특이점'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6.24 00:10  수정 2025.06.24 05:23

非군인 출신 국방 장관에 안규백 민주당 의원

송미령, 尹정권 출신 장관에도…李, 유임 결정

보수 정당 출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지명

與 "李정부 인선, 진짜 대한민국 향한 첫 걸음"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3일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5·16 군사정변 이후 첫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단행했다. 인선의 핵심 키워드는 '통합과 실력'으로 요약된다. 측근 인사가 아니더라도 유능하면 크게 쓴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임명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은 △국방부(안규백) △국가보훈부(권오을) △농림축산식품부(송미령)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배경훈) △외교부(조현) △통일부(정동영) △환경부(김성환) △고용노동부(김영훈) △여성가족부(강선우) △해양수산부(전재수) △중소벤처기업부(한성숙) 등이다.


이 가운데 국방, 농림축산식품, 보훈부 장관에 대한 인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 장관으로 비(非) 군인 출신의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 장관으로 전임 윤석열정권 내각에 속한 송미령 장관이 유임됐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권오을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에 지명됐다.


우선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방 장관에 최종 임명될 경우,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64년 만의 첫 민간인 출신 국방 장관이 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2·3 비상계엄으로 실추된 대한민국 군의 위상을 회복하고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취지로 문민 장관 인사 철학을 내비친 바 있다.


강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및 국방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활동해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안 후보자는 5선 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활동해 군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은 분"이라며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의 첫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안 후보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이 국방장관에 지명된 것과 관련 "내란 이후 '국민의 군대'를 재건하라는 시대적 사명의 무게를 엄숙히 받아들인다"며 "신뢰와 소통, 강력한 힘의 세 기둥으로 흔들림 없이 든든한 국민주권정부의 국방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대통령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선이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임 윤석열정권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송미령 장관에 대한 유임을 결정하면서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권으로 바뀌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유임된 사례는 있지만, 여당이 뒤바뀐 상황에서 초대 내각 인선에 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과 등 '농업 민생 4법' 등에 반발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송 장관 유임을 결정한 것은 이념을 떠나 능력을 최우선 한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 비서실장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농식품위 전체회의에서 "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며 "우리 농정이 지속가능하고 더 발전해서 우리 국민들에게도 부담되지 않고 우리 농업인들의 삶도 나아질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권오을 전 의원을 낙점했다. 권 의원이 보수 정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송 장관과 마찬가지로 진영논리를 탈피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로 해석된다. 강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의 권 전 의원 발탁 배경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으며,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권 후보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은 실용정치와 국민통합을 이끌 적임자"라며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에 따라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보수정당 출신으로 진보 정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민주당도 이재명정부 첫 내각 발표에 한껏 기대감을 표했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진짜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오늘 지명된 한 분, 한 분이 실용과 효능감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실현하고 대한민국이 대내외적 복합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선봉장 역할을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 후보 시절 "이념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냐"며 탈이념·탈진영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초대 내각 인선 면면에서 실력과 실용에 방점을 찍은 이 대통령의 철학이 실제 내각 구성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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