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이란, 이스라엘·미국에 휴전·협상하자”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6.17 07:32  수정 2025.06.17 07:32

트럼프 “이란, 전쟁 이기고 있지 않아…너무 늦기 전에 대화 나서야”

15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 테헤란 시내 석유 저장시설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 AP/뉴시스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공습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이란이 다급한 나머지 이스라엘과의 상호 공격 중단과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핵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는 데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아랍국가 당국자들에게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당초 지난 15일 오만에서 6차 핵협상을 열기로 했지만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하는 바람에 이 협상을 취소했다.


이란은 이와함께 미사일 공방을 억제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도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이란군의 수뇌부가 제거되는 바람에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사실상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란 영공에 전투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더 파괴하고, 이란 정권을 더 약화시키기 전에 무력 공방을 중단할 이유는 희박하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WSJ 보도내용과 관련해 “놀랍지 않다”며 “그들은 거짓말하고, 속이고, 미국을 함께 엮는 이런 가짜 회담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핵무기와 대규모 미사일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회담 중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두 가지 실존적 위협을 계속 조성하고 싶어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란 측은 이스라엘이 소모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결국엔 외교적 해결책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듯 보인다는 게 아랍 국가 외교관들의 평가라고 WSJ은 소개했다. 이란 측 판단의 전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하 핵시설 등을 파괴하기 위한 후속 공격을 미국 도움 없이 전개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 지하 핵시설 공격을 첨단 무기 등으로 지원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기에 이란으로선 미국과의 협상재개 조건으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을 경우 핵프로그램을 가속하고 확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아랍 당국자들에게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란이 이스라엘과 휴전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중동 걸프지역 국가들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은 미국에 핵협상을 재개하고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할 것을 호소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AP/연합뉴스

이집트 외무부는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사우디, 오만, 등 20개 국가의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지난 13일부터 이란을 공격하고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긴장을 완화해 휴전과 전면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미사일 공방에 대해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며 “그들은 너무 늦기 전에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공격 나흘째인 16일에도 폭격을 이어가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국영 TV 건물 본부를 폭격했다. 이 건물에선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건물이 흔들리고 부서진 조각들이 떨어지는 모습, 방송 중이던 앵커가 급히 피하는 모습이 그대로 TV 화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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