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9월 47조원 만기 앞두고
이 정부, 배드뱅크로 통 큰 탕감 예고
성실 상환자 역차별, 재원 마련 등 논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시장 전반이 거센 파고에 넘실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반등 조짐과 맞물려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한편으로는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이라는 또 다른 정책 기조로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는 줄이고, 금리는 내려라"는 엇박자 신호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빚 탕감'과 '배드뱅크' 설치 등 더없이 민감한 정책들이 정치적 명분 아래 추진되며, 금융의 안정성과 형평성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금감원 개편, 제4인터넷은행 신설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예고되면서 우리 금융체계는 17년 만에 가장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데일리안은 '긴급 금융시장 점검' 기획을 통해 현 정부의 금융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과 그 실효성을 집중 점검한다. 금융 규제와 완화, 소비자 보호와 도덕적 해이, 혁신과 무분별한 확장 사이에서 정부와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의 부채 탕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제 방안을 추진하면서 금융시장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채무자의 빚을 탕감하는 '배드뱅크' 설립은 오는 9월 약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 도래와 맞물려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차주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거세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배드뱅크 설립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개인사업자 연체율 현황 등 파악 절차를 이번주 중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달 중 구체적인 지원 범위 등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단순 채무 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을 통해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저금리 대환대출, 장기분할상환, 장개소액연체체권 소각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채무자의 빚을 탕감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배드뱅크'의 설립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다중채무자 등 한계 상황에 내몰린 이들을 폭넓게 구제하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립, 연체 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안팎의 장기 연체 채권을 중심으로 채무 조정에 착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이 구체적인 채권 규모 파악에 들어간 상황이다.
채무 조정 탕감 정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단행됐었다.
문재인 정부는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연체자들의 6조2000억원 규모 채무를 탕감했으며, 국민행복기금 보유 채권에 한해 상환능력이 부족한 경우 최대 90% 감면 조치를 취했다.
윤석열 정부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최대 80%까지 원금을 조정해줬다.
9월, 47조 대출 만기…'빚 폭탄' 터지나
정부가 채무 탕감 논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 대출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총 규모는 44조9000억원으로,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대출 2조5000억원을 포함하면 47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코로나19 이후 재기할 수 있도록 6개월 단위로 5차까지 만기가 연장될 수 있도록 했고, 지난 2022년 9월에는 최장 3년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대부분이 한계차주로 추정되는 만큼, 연착륙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규모 부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배드뱅크가 이 충격을 흡수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계획 역시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권의 참여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데 금융사 역시 수익성 부담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성실 상환자의 박탈감…'도덕적 해이'는 누가 책임지나
'도덕적 해이' 역시 금융권의 우려하는 부분이다.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이 자칫하면 '버티면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식의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회성 빚 탕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미국 관세 충격이 더해져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 특성상 일시적 탕감 조치와 구조적인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 탕감이 반복되면 금융회사는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정말 돈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와 폭 넓은 사회적 합의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긴급 금융시장 점검④] 배드뱅크 설치…선심성 공약의 재탕?>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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