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흥행 달리는 '한국표' 신약 세노바메이트…"한국에는 없어요"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6.26 15:23  수정 2025.06.26 15:24

높은 효과와 안전성으로 미국서 높은 인기

낮은 약가, 코리아 패싱 원인으로 지목

국내 판권 가진 동아에스티 허가 대기 중

세노바메이트 국내 판매 관련 이미지. AI 이미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차별화된 기전과 직판 전략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세노바메이트가 정식 출시되지 않아 “국내에 없는 국산약”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미국에 출시한 뇌전증(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1분기 133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7%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은 144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2% 가량이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미국 판매에서 나왔다.


분기별 매출 기록도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2020년 2분기 미국에 처음으로 출시된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1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4387억원으로 2023년 2707억원 대비 62% 성장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이상으로 신체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경련성 발작을 보이거나 의식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의 30% 가량이 기존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의 원인인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 전달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하는 독특한 기전을 갖고 있다. 임상에서도 탁월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며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세노바메이트 처방이 불가하다. SK바이오팜이 따로 국내 허가 신청을 하지 않고 동아에스티에 국내 판권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역수입이라도 해달라”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외에는 상업화를 위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 외에는 판매, 허가 등 상업화를 위한 인력이 없어 다른 나라로 진출시에는 파트너링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새롭게 조직을 꾸리고 상업화에 나서기보다 현지에서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통해 진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낮은 약가를 ‘코리아 패싱’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으면 해외에서도 그 수준에 맞춰 가격이 결정되는데, 한국에서 책정되는 약값이 워낙 낮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 1알의 평균 가격은 미국에서 5만~6만원, 유럽에서 7000~9000원 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의 편익과 재정 부담을 고려해 약가를 낮게 책정, 30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이 메리트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 먼저 신약을 낮은 가격에 출시하면 다른 나라에서 가격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의 경우 보다 약가가 높은 미국에 우선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미국 판매에 주력하면서 국내 출시가 지연되고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동아에스티가 세노바메이트 판권을 인수 받으면서 상업화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SK바이오팜과 세노바메이트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허가, 판매, 생산을 담당한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2월 식약처에 세노바메이트의 품목허가를 신청, 올해 말 혹은 2026년 초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 상업화는 2026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요구가 존재한다”며 세노바메이트 판권 인수 배경을 밝혔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뇌전증 환자의 국내 유병률은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 중 3분의 1 가량의 환자가 기존의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미충족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 약가와 관련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상이 필요한 부분으로 현재 단계에선 구체적인 약가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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