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기관 총자산 규모 1046조원…금고수도 3400곳 달해
몸집은 커졌지만 내부 통제 못 따라가…정밀검사 어려운 상황
사후관리 시스템도 허술…감독 주체 분산돼 사고 대응 어려워
업계 "신뢰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조직 내부서도 무겁게 인식"
상호금융기관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MG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5개 주요 상호금융사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횡령·사기·배임 사건은 263건, 누적 피해액만 1800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각각 다른 주무부처의 관할 아래 있어 금융당국의 일원화된 관리·감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를 뜯어고쳐 상호금융기관의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은 현황과 문제점, 제도적 허점, 개선 방향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경남 사천시의 한 농협에서 농약 구매 담당 직원이 3년간 거래처 대표와 짜고 7억원대 자금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이 직원은 농약을 구매한 것처럼 거래대금을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감사를 통해 이상 거래가 드러나자 농협 측이 소명을 요구했으나, 해당 직원은 잠적한 뒤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월 전남 고흥의 한 수협 지점에서 30대 여직원이 현금 1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직원은 업무용 열쇠로 금고를 열고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인출한 뒤 잠적했으며, 동료 직원의 신고로 범행이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공범도 함께 붙잡혔다. 이들은 훔친 돈 대부분을 도박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상호금융기관에서 매년 수십건의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5년간만 해도 263건, 피해액만 185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각 기관이 각각 다른 주무부처 산하에 있어 금융당국이 일원화된 관리·감독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를 개선해 상호금융기관의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상호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63건, 피해액은 1789억원이다. 현재 법적조치 진행 중인 사고는 제외한 수치다.
업권별로 보면 농협이 121건(99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신협 61건(203억원), 새마을금고 56건(404억원), 수협 21건(97억원), 산림조합 4건(95억원) 순이다.
사고 유형은 대부분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 사기, 배임이다. 조직 내부에서 장기간 은폐된 채 벌어지는 범죄가 상당수다. 반복되는 수법, 반복되는 허점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실정이다.
몸집 커진 상호금융, 내부통제는 역부족
상호금융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 형태의 금융기관이다. 조합원 출자금을 바탕으로 예금과 대출 업무를 수행하며, 수십 년간 지역사회와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으로 기능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산림조합 등 5대 상호금융기관의 총자산 규모는 약 1046조원, 전국 조합(금고) 수는 3400여 곳에 달한다. 비은행권에 속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시중은행 못지않은 자산 규모와 전국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몸집은 커졌지만 내부 통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 중앙회가 해당 상호금융기관의 1차 검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개별 조합에 대한 정밀한 점검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감독 주체 분산, 사고 예방 걸림돌
더 큰 문제는 사후관리 시스템도 허술하다는 점이다. 상호금융기관은 농협은 농식품부, 수협은 해수부, 산림조합은 산림청,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신협은 금융위원회 소관으로 제각각 흩어져 있다. 감독 주체가 분산돼 있어 사고 대응은 물론, 일원화된 예방 시스템 마련도 쉽지 않다.
상호금융이 취급하는 자금은 대부분 서민의 예금이라는 점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 신뢰는 심각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사후에야 드러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는 번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처럼 상호금융권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금융사고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조직 내부에서도 이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내부통제의 중요성과 사고 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항시검사 부서를 신설하고, 2년에 한 번씩 정기 검사를 실시하는 등 금융사고 경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 인력 보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검사 기구를 개편해 2019년 금고감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당시 117명이던 인력을 현재 210명까지 늘려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통제를 강화한 결과 사고 금액은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금융사고를 조기에 적발한 영향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상호금융 사고②] 피해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다…'책무구조도' 조차 없는 이곳>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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