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의 잔혹사'를 멈추려면 [기자수첩-유통]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07.08 07:00  수정 2025.07.08 07:00

티몬 강제인가가 남긴 뒷맛 '씁쓸'

채권자 외면한 0.76% 변제율에 '분통'

회생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우려 커져

제도 개선 향한 절실한 목소리 경청해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본사. ⓒ뉴시스

작년 여름, 많은 이들을 실의에 빠트린 티몬 사태가 오아시스마켓의 인수로 막을 내렸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3일 회생채권자 동의율 부족으로 부결됐던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회생계획안은 지난달 20일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의 동의율이 43.48%에 그쳐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티몬 측 관리인이 법원에 강제인가를 요청했고 법원은 상거래채권자 보호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로써 티몬은 지난해 9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지 9개월 만에 회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티몬의 회생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변제율이 0.76%에 불과했음에도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 하면서 채권단의 이익을 외면하고도 회생에 성공한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다.


오아시스 품에서 재기의 발판을 다지는 사이, 피해업체들은 티몬 사태로 빚어진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 입점업체는 약 9억5000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70여만원 정도만 변제를 받았다. 또 다른 업체는 티몬 사태로 폐업 수순에 놓이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낮은 변제율로 회생에 성공한 이번 사례가 회생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최근 회생절차를 개시한 명품 플랫폼 발란 입점업체의 경우 "향후 다른 기업들도 '낮은 변제율도 법원이 강제인가 해주더라'는 식으로 접근할 여지가 생긴 것이라 도덕적 해이 문제도 당연히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의 시선은 정부와 국회로 향하고 있다. 실질적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또 다시 반복되고 말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검은우산비대위'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선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이들은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이재명 정부의 '모두의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또 오는 10일에는 피해당사자들이 국회 토론회에 참여해 제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 입점업체 대표는 "정직하게 사는 게 살면 호구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분노했다. 이 말처럼 정직하게 일하는 게 부끄러운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이제 정부와 국회가 응답할 시간이다.


피해 업체들은 국회와 정부에 ▲회생계획안과 균등한 회생 기회 제공 ▲경영진에 대한 처벌 ▲특별법 신설을 통한 재발방지 및 피해구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회생의 잔혹사'를 멈출 방법을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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