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반토막…HBM·파운드리 부진에 발목(종합)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7.08 10:22  수정 2025.07.08 10:22

잠정 매출액 74조…영업익 4조6000억

메모리 재고 충당금·대중 제재 여파

HBM 엔비디아 납품 지연 영향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2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메모리 사업에서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對中) 제재 영향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4400억원)보다 55.9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31.2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2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76조6412억원, 영업이익 6조8173억원이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3.4% 증가, 영업이익은 38.3% 감소한 수치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7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달아 낮춰왔다. 키움증권 5조6700억원, 하나증권 5조8000억원 등이었다.


실적이 저조한 주요 원인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부진이 꼽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이 늦어지는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납품에 성공한 AMD, 브로드컴 등은 중요 고객사이지만,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납품을 하지 못하면 반등을 이루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대중 제재'에도 발목이 잡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 설명자료에서 "DS는 재고 충당 및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DS 부문 실적에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HBM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했고, 낸드는 전 분기 대비 가격이 하락하면서 적자 규모가 소폭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파운드리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예상하며, 6월 이후 급락한 원/달러 환율도 매출과 영업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도 "주요 고객사들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HBM 매출의 본격 반영 시점도 지연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부문 적자 지속, 파운드리 부문의 기대 이하 턴어라운드, 최근 원화 강세 등이 전사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TV와 가전 사업도 미국 관세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기본관세(보편관세) 10%를 즉시 부과하면서 냉장고 등 제품은 지난달부터 최대 50%의 철강 파생 관세가 붙었다. TV의 경우 보편관세에 더해 LCD 패널 가격 인상까지 겹치며 시장 수요가 위축됐고, 중국 브랜드의 가격 공세에도 직면해 고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1분기 실적을 견인한 모바일경험(MX) 부문은 '갤럭시 S25 엣지' 효과로 계절적 비수기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X 부문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5500만~57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더딘 회복력과 더불어 후행적 비용 요인이 발생한 결과로 MX 사업부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치를 재차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주식 보상을 목적으로 3조9119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보통주 5688만8092주(3조5000억원), 우선주 783만4553주(4000억원)이다. 주당 취득 단가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보통주 6만1700원, 우선주 5만1300원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