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승기
화려하고 세련된 외모, 유럽산 다운 탄탄한 기본기
한국인 입맛 제대로 맞춘 인테리어 및 편의 사양
하이브리드는 맞는데… 생색내기엔 아쉬운 연비
'예쁘긴 한데, 이 돈이면…'
푸조가 브랜드 이름 뒤에 따라붙던 아쉬운 소리들을 깨부수기 위해 단단히 칼을 간 모양이다. 한국에서 흥행 키워드로 꼽히는 '준중형 SUV', '예쁜 디자인', '실용성', '하이브리드'를 모두 더한, 그야말로 육각형 모델을 내놓으면서다. 8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로 돌아온 '올 뉴 3008'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시장에선 치트키이기도 하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피 튀기는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 푸조는 신형 3008로 한국에서 잊혀져가는 브랜드 이름을 다시 각인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잠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출발해 남양주 글램트리 리조트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약 200km 코스로, 막히는 서울 시내부터 뻥 뚫린 고속도로까지 다양하게 달려봤다. 시승 모델은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트림, 가격은 4990만원이다.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완벽하다. 자동차 디자인이 제아무리 호불호의 영역이라지만, 푸조 3008을 마주하면 '못생겼다'는 말은 거짓말로라도 하기 어렵다. 화려하고 감각적인데, 결코 과하지 않다.
8년 만의 풀체인지는 예술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프랑스의 맛을 전작보다 세배는 성공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미 디자인으론 기존 모델에서도 호평을 받았지만, 전반적인 비율과 디자인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우선 전작 모델에선 차체 크기에 비해 다소 옹졸하게 느껴지던 얼굴이 드디어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푸조의 상징과도 같은 사자 발톱 헤드램프가 전작보다 얄쌍해지면서 더욱 날렵하고 맹수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기존에 헤드램프와 이어져있던 그릴도 위아래로 분리했는데, 헤드램프의 성난 인상이 짙어지면서 섹시한 느낌마저 낸다.
헤드램프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릴은 면적을 넓게 쓸 수 있게 되면서 특유의 그라데이션 디자인을 맘껏 펼쳐냈다. DRL(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와 반대 방향으로 길쭉하게 배치됐는데, 양쪽 DRL의 중앙을 그릴부가 넓게 채우는 식이다. 그라데이션이 더욱 촘촘해지면서 한 편의 예술작품 같은 느낌이 짙어졌다.
세련된 변화를 감행한 디자인은 측면과 후면으로 돌아서면 더욱 잘 드러난다. 정통 SUV같았던 측면 실루엣이 마치 쿠페처럼 매끄럽게 바뀐 덕이다.
그러면서도 쿠페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2열 헤드룸은 넉넉하게 지켜냈는데, 사실 뒷 유리 상단에 위치한 고양이 귀가 디자인과 내부 공간을 잡은 비결이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스포일러처럼 얄쌍하게 빠진 덕에 쿠페 같은 느낌을 더해주지만, 내부에선 이 부분을 넓게 파내면서 성인 남성도 불편하지 않을 헤드룸을 확보했다. 보는 맛과 실용성을 모두 챙긴 셈이다.
후면 역시 퉁퉁했던 엉덩이가 수년간 힙업 운동이라도 한 듯 바짝 올려붙으면서 탄탄한 뒤태로 탈바꿈했다. 리어램프는 날렵한 인상을 대폭 키운 얄쌍한 헤드램프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리어램프 하단에는 중앙에 모델명인 '3008'만 작게 남기고,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사자 엠블럼을 과감히 지웠다. 사자 엠블럼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비율적으로 평화로운 뒤태가 완성됐다. 그야말로 '비움의 미학'이다.
외부에서의 변화가 끝이라고 생각하긴 이르다. 차 문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면 외부에서 본 변화는 맛보기에 불과했음을 즉각적으로 깨닫게 된다.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환골탈태' 수준이다.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서…'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내부는 그동안 프랑스산, 유럽산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고집 피웠던 인색한 옵션을 완전히 지워낸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계기판부터 중앙까지 길게 빠진 21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칼로 잘라낸 듯 날카롭게 마무리된 테두리와 운전자가 보기 편하도록 둥글게 휜 형상이 특징인데, 고글 같은 구식 계기판과 손바닥만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던 전작과 같은 모델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외관은 예쁜데 내부는 영 형편없다는 소릴 들어야 했던 과거 흑역사를 단숨에 지울 수 있을 법한 변화다.
송풍구도 운전석과 중앙이 분리됐던 전작과 달리 디스플레이만큼 길게늘렸다. 디스플레이와 송풍구의 합작 공세 덕에 운전석을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더해졌는데, 운전자로서는 꽤나 대우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터치식 '버추얼 아이-토글'이 적용되면서 꽤나 요즘스런 느낌을 낸다. 스티어링휠 역시 터치 센서가 처음으로 적용됐는데, 손으로 감을 익히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으나 조작이 어렵지 않다.
기어 노브는 스티어링 휠 옆으로 옮겨갔는데,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면서조작 편의성도 높아졌다. 팔 뻗으면 쉽게 닿을 거리에 위치한 데다 검지손가락으로 어렵지않게 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 그간 한국 소비자들의 아우성에도 인색하게 굴던 통풍시트, 오토홀드 등 편의사양도 이번엔 아낌없이 탑재됐다.
다만 1열에 혼신의 힘을 다한 탓일까, 국내 준중형 SUV 시장에서 사실상 당연시되는 2열 리클라이닝이 빠진 점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2열 시트 각도가 앉았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기울어져있기는 하지만, 뒤로 조금도 젖힐 수 없다는 점은 이유없는 답답함을 불러왔다.
공간감 역시 다소 아쉽다. 레그룸은 160cm 성인 여성 기준 주먹 한 개 반 정도가 들어갈 수준인데, 키가 10cm만 더 컸다면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들었을 듯 하다. 다만 외관에서 봤던 후면 유리 위 고양이 귀 덕에 헤드룸은 여타 SUV와 비슷한 수준으로 넉넉히 확보됐다.
이쯤되니 스멀스멀 불안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내외관 변화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데, 푸조의 고질병 처럼 여겨지던 '답답한 주행감'이 얼마나 해결됐을 지가 문제였다. 생긴 것만 예뻐지고 주행 실력은 그대로라면 상향 평준화가 될 대로 된 국내 준중형 SUV 시장에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울 게 뻔했다.
3008로 하반기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던 푸조의 자신감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델명에서부터 야심차게 '하이브리드'를 내건 3008은 외모 뿐 아니라 성격까지 완전히 개조됐다.
3008은 푸조 특유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과감하게 개선해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푸조 차량 대부분에서 지적받던 답답한 가속감이 상당부분 개선됐는데, 기존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올려내기까지 체감상 5초 가량 걸렸다면 3008은 2초 수준으로 줄었다.
가속감이 개선되면서 부드럽고 날렵한 코너링 감각은 더욱 짜릿해졌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가볍게 돌아가면서도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잡아주는 스티어링 휠은 코너 구간에서의 쫀득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고속 구간에서의 안정성과 승차감 역시 훌륭한 수준이다.
가속감이 개선되면서 부드럽고 날렵한 코너링 감각은 더욱 짜릿해졌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가볍게 돌아가면서도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잡아주는 스티어링 휠은 코너 구간에서의 쫀득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푸조가 야심차게 적용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예쁘기만 한 차'라는 인식을 '예쁘기까지 한 차'로 바꿔주는 핵심이다. 3008에 탑재된 48V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심 환경에서 전체 주행 시간의 무려 50%를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 사실상 풀 하이브리드에 가까운 마일드 하이브리드인 셈이다.
푸조 3008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2L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 클러치, 48V 배터리로 구성됐다. 변속기 내 전기모터 통합 설계를 통해 시동·출발·저속 주행 시 전기 모드로 작동하며, 회생 제동과 가속 보조 기능으로 높은 연료 효율과 정숙성을 제공한다.
시승 후 연비는 복합 11.2km/L. 연비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차를 이리저리 혹사시켰음에도 마일드 하이브리드차가 보여준 수치로는 훌륭한 수준이다. 에코 운전에 최선을 다한 동료 기자가 20km/L의 연비를 달성했음을 고려하면, 공식 복합 연비(14.6km/L)는 우습게 넘길 수 있을 듯 하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푸조의 목적은 단순히 폭스바겐, 토요타 등 수입 대중 브랜드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됐다. 외관부터 내부, 편의사양, 기본기, 하이브리드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모조리 집어넣는 과감한 혁신을 이뤄내고도 전작과 동결한 가격. 이번에는 국산과 수입산 동급 SUV 들이 다같이 견제를 해야하지 않을까. 똑같은 차를 심심찮게 마주치는 획일화된 도로에서 희소성 있는 디자인은 덤이다.
▲타깃
-똑같은 차는 싫어! 어디서든 주목받고 싶은 멋쟁이
-수입차는 불편하고 비싸다? 이번엔 진짜 다를 거에요
▲주의할 점
-"2열은 누가 앉을래?"…조수석을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이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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