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실장, 尹 신임 속 '대통령실 문지기' 임명
특검 조사 과정서 尹에 유리하도록 진술 번복
특검 "尹, 강 전 실장 진술 번복시킨 것으로 의심"
윤석열 전 대통령과 20년 인연을 맺어온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이번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조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이 증거인멸 우려의 사유로 강 전 실장의 진술 변화를 꼽으면서 강 전 실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 전 실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수사를 하는 조은석 내란 특검팀에 출석해 국무회의 의결 과정과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검 조사 과정에서 180도 진술을 바꾼 것이다.
1967년생인 강 전 실장은 대학 졸업 후 검찰수사관에 임용되면서 공직에 발을 디뎠다. 윤 전 대통령과 강 전 실장 간 인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전 대통령이 평검사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근무했던 시절 강 전 실장을 만났고 이후 두 사람은 2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는 강 전 실장이 비서관을 맡기도 했다.
강 전 실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지원과장을 맡고 있을 때 대통령직인수위에 파견됐고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통령실에서 '문고리'로 불리는 부속실장 자리에 오르면서 강 전 실장의 행보는 승승장구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틀 후인 12월5일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 역시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강 전 실장에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법상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데 문서가 있냐"라고 물었다.
이후 강 전 실장은 다음날인 12월6일 오전 한 전 총리에게 전화로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자료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지' 문의했고,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비상계엄 선포문' 제목의 출력물을 한 장 전달받았다.
그러자 강 전 실장은 새 문서에 대통령이 서명하고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할 수 있는 표지를 작성하고 그 뒤에 한덕수 전 총리로부터 받은 출력물을 부착해 부서란이 부착된 비상계엄 선포문 양식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강 전 실장은 12월6일 저녁 한 전 총리에게 연락한 뒤 삼청동 공관에서 양식을 전달했고 한 전 총리는 여기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서명 이틀 뒤인 12월8일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단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문서 폐기를 언급하고 윤 전 대통령 역시 강 전 실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이후 이를 승인했다. 강 전 실장은 해당 사후 계엄선포문을 세단기에 넣어 파쇄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하지만 강 전 실장은 앞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했지만, 특검 조사 과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강 전 실장이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것은 윤 전 대통령 측의 회유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은 영장 청구서에서 "최근 특검 조사에서 피의자의 진술에 맞추어 기존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새로운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라며 "피의자(윤 전 대통령)가 강 전 실장의 진술을 피의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번복시킨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라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진술 회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조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나간 후 윤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점과 맞물렸고 특검은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는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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