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공매도' 유사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제공 시작
가상자산 시장, 파생상품 비중 커...그동안 국내선 제한적
시장 위축 상황 대응·국내 규제 개선 기대에 출시한 듯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일종의 파생상품인 '코인빌리기'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최근 거래소 전반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투자 서비스 다변화를 통해 투자자 유입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은 최근 '코인빌리기'와 '코인대여' 서비스를 각각 출시했다.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빌려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 거래소가 출시한 서비스는 투자자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빌린 뒤 이를 매도하고, 이후 시세가 하락했을 때 더 낮은 가격에 다시 매입해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주식시장의 공매도와 유사한 구조로 설계된 서비스다.
업비트는 고객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비트코인, 테더, 엑스알피(옛 리플) 등 3개 종목을 최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담보금의 20~80% 범위 내에서 대여가 가능하며 수수료는 8시간 단위로 0.01%, 신청 수수료는 0.05%가 적용된다. 담보 자산은 동결되며 상환 기간은 최대 30일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원화를 담보로 설정하면 200만~800만원까지 비트코인, 테더, 엑스알피 등을 빌릴 수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코인빌리기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며 "코인빌리기 서비스를 통해 많은 투자자들이 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빗썸은 더 많은 10종의 가상자산(비트코인, 테더, 이더리움, 엑스알피, 솔라나, 도지코인, 에이다, 수이, 페페, 온도파이낸스)을 대상으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멤버십 등급에 따라 업비트보다 최대 10배 큰 대여한도를 차등 제공한다. 또한 업비트가 담보의 80% 상당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해 빗썸은 담보 자산의 최대 4배까지 가상자산을 대여할 수 있다. 수수료는 일 단위 0.05%로 업비트(24시간 0.03%·복리 제외)보다는 높은 편이다.
양 거래소의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는 이용 조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업비트는 고객확인(KYC)만 완료한 회원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빗썸은 전월 거래금액이 1000만원 이상인 이용자만 서비스 접근이 가능하고 사전 고지 및 퀴즈 테스트를 통해 상품 이해도를 확인하는 절차도 포함된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 이용자들에게 가상자산의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 더 많은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신규 제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출시는 무기한 선물 거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제공하는 해외 거래소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경우 공매수(롱)·공매도(숏) 상품은 물론 커스터디(수탁), 대출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 중이다. 이같은 파생상품들은 투자자 개인의 금융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리스크도 동반되지만 기대 수익률도 커 국내 거래소들이 제공하던 현물 상품보다 거래량 규모도 크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위축에 따른 전반적 거래량 감소가 업비트·빗썸으로 하여금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서둘게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주요 거래소의 현물 거래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업비트의 일 거래량은 11억7055만 달러로, 4~6월 일 평균 거래량(22억2465만 달러) 대비 47.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빗썸은 25.3%, 코인원은 19.47% , 코빗은 46.97%, 고팍스는 39.57% 각각 줄었다. 4~6월 5대 거래소 합산 일 평균 거래량은 31억8343만 달러에서 18억8710만 달러로 무려 40.72% 감소하며 시장의 냉각 흐름을 방증했다.
시장 위축 이유는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알트코인의 부진이다. 전체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5일 1조4000억 달러(약 1914조원) 수준에서 이날 기준 1조1200억 달러(약 1531조원) 규모로 감소했다.
가상자산 투자 플랫폼 매트릭스포트는 보고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전반적으로 식었다"며 "한국 거래소들의 일일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340억 달러(약 47조원) 상당에서 지난달 50억 달러(약 7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장에 새로운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거래소들의 서비스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으나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거래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부재한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면서 업계는 규제보다는 진흥으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상자산 산업 관련 제도 개선을 꾀하는 와중에 국내 거래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국내 투자자 유출을 막고 산업 성장을 이끌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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