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에서 '툭'까지… 삼성, 뉴욕서 다시 '접는 시대' 열었다

뉴욕 = 데일리안 임채현 기자(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7.11 17:54  수정 2025.07.11 18:48

삼성, 갤럭시Z폴드7로 폴더블 기술 성숙도 ↑

사실상 '다음 세대' 열었다는 평 "시장 재점화"

"두께 경쟁 곧 한계, 이제 AI 인터페이스 싸움"

2000년대 차례로 등장한 삼성 애니콜 폴더폰 3종(좌측 상하).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500번지에 문을 연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에 전시된 갤럭시Z플립7 제품들(우). ⓒ임채현 기자

한때 지나간 기술로 여겨졌던 ‘접는 폰’이 20년을 돌고 돌아 스마트폰 혁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접는 폰’을 다시 꺼내든 지 약 6년 만에 폴더블폰의 완성체에 가까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다.


2000년대 초 애니콜 폴더폰이 상징하던 ‘딸깍’ 감성이 2025년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과 AI를 결합한 ‘툭’ 펼치는 경험으로 재해석된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다르지만, ‘접는다’는 방식과 감성, 폼팩터에 대한 삼성의 철학만큼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셈이다. 삼성은 전반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갤럭시Z 폴드7’로 시장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Z 폴드7은 지난 9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에서 공개한 제품이다. 이번 신제품은 접었을 때 두께가 8.9mm, 펼쳤을 때 4.2mm로 역대 갤럭시 폴더블 가운데 가장 얇고 가볍다. 무게도 215g 수준으로 줄어들어, 일반 바(Bar) 타입 스마트폰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수준까지 근접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500번지에 문을 연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에 전시된 갤럭시Z폴드7를 살펴보고 있다.ⓒ임채현 기자
삼성전자 "모든 기술 다 넣었다" 자신

삼성전자는 단순히 외관 하드웨어 개선에 그치지 않고, 폴더블의 경험 자체를 확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갤럭시 AI, 울트라급 2억 화소 카메라와 1200만 화소 광각, 고성능 칩셋 등을 탑재함은 물론 최신 인터페이스 ‘One UI 8’을 넣어 AI 활용 각종 기능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단순히 접는 폰이 아닌 ‘지능형 폴더블’로의 전환을 시도한 셈이다.


폴더블 폼팩터의 확장성도 강조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에서 트라이폴드(3단 접이식) 형태의 스마트폰 개발 현황도 언급했다. 하드웨어 구조와 힌지 기술, UI 적응성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연내 출시를 목표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갤럭시 Z 폴드7이 폴더블 대중화를 위한 ‘정제된 완성형’이라면, 트라이폴드는 다음 단계의 폼팩터 실험이다.


"기술 데모 끝, 폴더블 2세대 진입했다"

이런 흐름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본격적인 ‘새로운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초기에는 접는 기술의 구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실사용에서의 무게감, 두께, 지능형 인터페이스 등 완성형 제품군으로 자리 잡기 위한 본격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기술 데모 수준의 1세대를 지나, 실질적 사용성과 확장성을 갖춘 ‘2세대 폴더블’ 시대가 열린 셈이다.


다만 시장 전체로 보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아직 대중화 국면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폴더블 스마트폰은 전체 시장의 약 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더딘 데다, 높은 가격과 내구성 우려 등도 확산을 막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 제품의 기술 성숙도를 선제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AI 기반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형태의 제품군을 예고하며 시장 확장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두드리는 모습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갤럭시Z 폴드7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닌, 침체된 폴더블 시장에 다시 불씨를 지피려는 전략적 이정표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갤럭시Z폴드7 제품.ⓒ임채현 기자
두께 경쟁 다음은 어디로?

삼성 내부에서도 이번 신제품이 갖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애니콜 폴더폰으로 모바일 폼팩터 전성기를 이끌었던 삼성은, 이후 스마트폰 시대에는 일체형 바디 중심의 화면 경쟁으로 전략을 바꿔왔다. 그러다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한 이후, 다시 ‘접는 방식’에 천착해왔지만, 대중화라는 과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는 "이번 Z폴드7은 1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의 정점이면서 2세대의 출발점이 될 걸로 보인다. 이번 제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자신했다.특히 삼성은 이번 언팩에서 폴더블 두께를 강조했지만, 동시에 ‘두께 경쟁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품 외형의 물리적 개선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며, 그 다음 혁신은 ‘형태의 다양성’과 ‘사용성의 진화’에 있다는 시그널을 던진 셈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One UI 8 기반의 진화한 AI 인터페이스다. 단순히 얇고 가벼운 폰이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기기로의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3단 접이식 트라이폴드폰 개발 과정을 함께 공개하며 연내 출시 목표를 명확히 제시한 점도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성숙 이후 ‘다음’을 준비하는 삼성의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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