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KV 브라운백 미팅 개최
아모코그, 알피 등 의료 현장 도입 성과 소개
1세대 AI 의료기기 기업과 달라…관건은 ‘속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진짜 드라마는 인허가 이후에 시작됩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이 의료계에 스며들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의 필요성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벤처들은 인허가 이후 기존 병원 시스템과의 연동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인 카카오벤처스는 15일 ‘의료 현장에 도달한 디지털 진단과 치료’를 주제로 브라운백 미팅을 열고 치매, 심전도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갖춘 기업들을 소개했다.
AI 기술 고도화 영향으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3년 3억7700만 달러(약 5200억원)였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30년 66억7200만 달러(약 9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현장 중심으로 강화
이날 행사에서는 카카오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인 ‘이모코그’와 ‘알피’가 식약처 인허가 이후 성공적인 현장 도입 사례를 발표하며 실제 의료 현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한 각자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디지털 치료기기 ‘코그테라’를 개발한 이모코그는 ‘사용성’에서 해답을 찾았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는 “고령의 환자들이 버튼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앱의 모든 상호작용을 음성 대화 기반으로 설계했다”며 “환자가 앱을 켜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 이후의 모든 훈련 과정과 난이도 조절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환자 중심 설계를 기반으로 ‘코그테라’는 3개월 이상 사용률 85%라는 높은 순응도를 기록했다. 또한 MRI 연구를 통해 뇌의 신경망(백색질)을 실질적으로 튼튼하게 만든다는 점을 입증하며 의료진의 신뢰를 얻었다. 코그테라는 오는 9월부터 병의원에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독일 시장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도 마무리하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알피는 AI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버디’로 응급 의료 현장을 파고들었다. ECG버디란 12리드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심근경색, 심부전 등 중증 심장질환을 조기에 선별하는 솔루션이다.
‘ECG 버디’의 성공 비결은 ‘편의성’과 ‘연동성’에 있다. 스마트폰, PC는 물론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과도 완벽하게 연동돼 의료진의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도입이 가능하다. 김중희 알피 대표는 “ECG 버디는 사용자층을 바탕으로 서비스가 확장되며 1년에 걸쳐 45개 병원과 연동이 됐다”며 “구급 현장부터 입원실까지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인허가 이후 진짜 장벽 넘어야”
이처럼 의료 현장에 AI 기반 진단·치료 솔루션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는 넘어야 할 공통의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이날 키노트를 맡은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 심사역은 “신약과 달리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인허가는 완성품 출시가 아닌 이제부터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작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정 심사역은 “과거 루닛, 뷰노와 같은 1세대 의료 AI 기업들은 인허가 후 실제 매출 발생까지 3년에서 5년이 걸렸지만 이제 나서는 후발주자들은 이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심사역은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전략으로 ‘물 끓이기’와 ‘아로마 오일 떨어트리기’를 제시했다.
물 끓이기는 제품 출시 전부터 병원 의사들에게 제품을 미리 노출해 “이 제품이 내 면허를 살렸다”는 식의 입소문, 즉 바이럴을 일으켜 호응의 온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아로마 오일은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와 함께 공신력 있는 논문을 발표해 제품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증명하고 그 향을 널리 퍼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정 심사역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준비돼야만 의사들을 설득하고 실제 현장에서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오픈 AI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이 의료 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의료 데이터의 특수성과 국가별 인허가, 건강보험 수가라는 복잡한 규제 장벽 때문에 전문 스타트업이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임상 데이터로 신뢰를 쌓고 의료 현장의 흐름에 녹아드는 팀이 생태계의 표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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