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침체·미분양 적체 등으로 지방은 고사 직전
李, ‘5극3특’ 행정체계 개편 통한 지역균형 정책 예고
“현안 해결 더 시급…수요 분산 획기적 방법 나와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새 내각이 구성되면서 새 정부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도 정부부처 중 마지막으로 장·차관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채비를 마친 상태로 앞으로 나올 부동산과 교통 관련 방안들이 주목되고 있다.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소외된 지방은 침체가 심화되는 등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집 값을 잡으면서도 지역 균형 발전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광역 교통망 구축과 철도 지하하를 통한 인프라 개선과 함께 항공 사고와 싱크홀(땅꺼짐) 등에 대한 안전 관리도 한층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 정부의 초대 국토부가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들을 살펴 본다. [편집자 주]
지방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방은 수요 절벽과 미분양 적체 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여느 때보다 심각한 만큼 국토균형발전은 새 정부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선 지방이 떠안은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관계부처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 임명 시 주택공급 확대 및 국토균형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5극3특’을 중심으로 한 국토균형발전 로드맵을 설계하기도 했다.
5극3특은 수도권 집중도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행정 체계다. 전국을 수도권을 비롯한 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권역별로 성장 동력을 마련, 지역 주도 발전을 이루도록 한단 구상이다.
국가균형발전은 과거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해오던 대표적인 국정과제 중 하나다. 행정 체계를 개편하는 것 만으로는 이렇다 할 효과를 내기 힘들단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역대 정부에서도 5극3특과 같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숱하게 진행됐다”며 “세부 전략이 수립돼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주요 지역을 성장 거점으로 삼고 특성 산업을 육성하고 인프라를 집중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해 주변 지역까지 번지도록 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추진돼 왔다”며 “재원이 한정적이고 대내외 환경도 녹록지 않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간 지방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수급불균형이 오래 지속되면서 집값은 하락하고 미분양은 넘쳐나며 기업들은 문을 닫는다.
집값 하락, 악성 미분양에 지방 한계기업 ‘수두룩’
부동산 PF 구조조정, 미분양 안심환매 등 효과 제한적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 점화 우려 불식해야
지난달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2.34% 오른 반면 지방은 같은 기준 0.67% 하락했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678가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013가구에 이른다. 이중 지방 미분양 주택이 전체의 77%인 5만1372가구, 준공 후 미분양은 2만2397가구로 83%를 차지한다.
지금도 지방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이 계속 늘어난다. 현금 흐름이 악화한 지방 건설사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비수도권 건설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은 2023년 기준 22.7%로 1년 전 대비 4.4%p 확대됐다.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건설사가 5곳 중 1곳 이상인 셈이다.
정부도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 정부부터 진행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작업 역시 지방에선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까지 전국의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52.7%를 정리 및 재구조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구조화에 성공한 사업장 대부분은 수도권에 위치한다. 지방은 어렵사리 재구조화에 나서더라도 신규 매수자를 찾지 못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혀야 한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 LH 등 공공을 통해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효과가 제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3년간 연평균 3000가구, 총 1만 가구의 미분양을 해당 사업을 통해 해소한단 계획이다.
업계에선 다달이 1000~2000가구씩 악성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연간 3000가구 매입 효과는 미미할 거란 평가다. 단기적으로 건설업체에 자금 수혈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선 단기 처방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당장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견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소장은 “지방은 중앙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방은 대략 15~20% 정도가 건설업으로 먹고 사는데 다들 미분양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 국토균형발전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 정부의 스탠스는 서울·수도권은 옥죄고 지방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건데 지방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균형발전과 같은 대형 과제는 정책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상생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과욕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중앙정부가 지정하고 각 지자체가 역량을 알아서 키워나가야 했다면 이제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 더 적합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한다.
조주현 교수는 “현 정부가 집권 내에 어떤 성과까지 도출하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에 제약이 걸릴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에서 스스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고 중앙이 이를 결정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마냥 재정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 어떻게 지원을 해 달라는 것까지 지자체가 고민해서 제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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