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 통과…트럼프 서명만 남아

엑스알피 사상 최고치를 기록 등 알트코인 큰 폭 상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 AP/뉴시스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와 일정한 교환가치를 가지도록 설계한 가상화폐의 하나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틀을 처음으로 마련한 법안이 미 상·하원을 통과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겼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17일(현지시각간 본회의를 열고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찬성 308표, 반대 122표로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의 법정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규제의 틀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의 자금세탁금지법과 제재법을 준수하고, 미국 달러와 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을 담보로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앞서 지난달 상원을 통과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서명만 거치면 입법 절차가 끝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업계는 그동안 이 같은 입법을 수년간 로비해 왔으며 지난해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후보들에게 1억 1900만 달러(약 1656억원)가 넘은 선거자금을 지원했다.

다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가상화폐 사업으로 사적 이익을 얻는 것을 막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AP는 전했다.

현재 법안에는 의원 및 그 가족이 스테이블코인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포함됐지만, 대통령과 그 가족은 예외로 규정됐다.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가상화폐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은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했으며, 지난해 이 기업의 가상화폐 판매를 통해 5735만 달러를 벌었다.

이날 하원에서는 지니어스 법안 외에도 ‘클레러티 법안’(CLARITY Act), ‘반(反) CBDC 법안’ 가상화폐 법안 2건이 통과됐다. 이 두 법안은 이제 상원에서 논의된다.

클레러티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정의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중 어느 기관이 해당 자산을 감독할지 명확히 구분했다. 반(反) CBDC 법안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덕분에 가상화폐 시가총액 3위 엑스알피(XRP·리플)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소폭(0.03%) 오른 12만 634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미 하원이 지정한 '크립토 위크'를 앞두고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인 12만 3200달러선까지 오른 이후 경계 매물 및 차익실현 매물이 흘러나오며 하락했다.

전날 급등했던 시총 2위 이더리움은 이날 법안 통과 후 2.97% 오르며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3500달러 선에 진입했다. 특히 엑스알피는 12.62% 급등한 3.47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1월 기록한 최고치(3.40달러)를 갈아치웠다. 리플 개발사인 리플랩스가 지난해 12월 첫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출시한 점과 미국의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 법안 통과가 엑스알피에 호재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