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고정관념을 깨는, 배우 류혜영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20 07:07  수정 2025.07.20 07:07

현재 tvN 토일 드라마 ‘서초동’에서 어쏘 변호사 배문정 역으로, JTBC 금요드라마 ‘착한 사나이’에선 전국구 건달의 막내딸이자 간호사 박석희 역으로 출연 중인 류혜영은 동시기 방영되는 두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캐릭터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착한 사나이' 박석희 역(왼쪽)과 '서초동' 배문정 역 ⓒJTBC, tvN

‘서초동’ 배문정은 올해 8년차 변호사다. 변호사 사무실에선 매번 웹툰, 웹소설을 보거나 간이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먹을 것에 있어선 누구보다 진심이다. 말끝마다 욕을 붙이기 일쑤고, 내기가 붙으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인물이지만 누구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가장 충만하다. ‘착한 사나이’에선 집안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하고 야무진 딸로, 그만큼 집안의 기둥으로 부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에서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냉철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류혜영의 특기다. 단순히 캐릭터의 고정된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성장과 고뇌를 담으면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류혜영이 ‘고정관념을 깨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앞서 쌓아온 다채로운 필모그래피가 큰 몫을 한다.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표작은 단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보라다. 류혜영은 이 작품에서 시크하고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츤데레’ 성보라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성보라를 통해 류혜영에게 '강하고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부여했지만, 류혜영은 이 고정관념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후 드라마 ‘은주의 방’에서 평범한 직장인이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심은주 역을 맡으며 류혜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친근하고 따뜻한 매력을 발산했다. ‘응답하라 1988’의 성보라가 가진 카리스마와는 대조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심은주의 모습은 류혜영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는 ‘류혜영’이라는 배우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하려 했던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린 사례다.


이밖에도 JTBC ‘로스쿨’(2021)에선 주연으로서 사실상 1인 3역에 가까운 연기 색깔을 한 작품에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기도 했다. 이처럼 류혜영은 특정 장르나 캐릭터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다.


류혜영 연기력의 핵심은 ‘진정성’에 있다. 어떤 역할을 맡든지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여 시청자들이 마치 실제 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표현력 속에서도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힘은 류혜영만이 가진 독보적인 강점이다. 이러한 진정성은 그녀가 ‘고정관념을 깨는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다.


류혜영은 언제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엄태화 감독 역시 류혜영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인데 배우로서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정말 똑똑하다. 열 마디 할 걸 한 마디만 해도 바로 이해하고 연기해 낸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강박감을 갖지 말고 지금 잘하는 것을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익숙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에 기꺼이 뛰어드는 용기는 그녀를 끊임없이 성장하게 만든다. ‘서초동’의 배문정, ‘착한 사나이’의 박석희는 그간 류혜영이 쌓아온 연기적 역량을 동시에,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앞으로 그가 어떤 새로운 고정관념을 깨고 또 다른 변신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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